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을 신임 대표로
GA 채널 강화한 한화생명에 영업 밀려
이사회 "채널 변화에 선제 대응 기대" 주문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삼성생명이 최고경영영자(CEO)를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으로 교체했다.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가 아직 2년 임기가 남았지만 인사를 단행했다. 업계에선 올해 한화생명에 영업실적 1위 자리를 잠시 내준 점이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표 교체를 계기로 삼성생명이 그간 소흘히 한 것으로 평가받는 보험대리점(GA) 채널에 영향력을 확대해 ‘영업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생명은 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홍 내정자는 삼성생명 인사팀장, 전략영업본부장, FC영업1본부장을 거쳤다. 삼성화재 CEO 부임 후에는 안정적 사업 관리를 통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기여했다. 삼성화재 신임 대표에는 이문화 삼성생명 전략영업본부장이 내정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홍 내정자가 생·손보에 걸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채널 변화에 선제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고객 신뢰 구축과 사회와의 상생도 주도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로 전 대표는 퇴임한다. 지난해 연말 인사로 연임이 결정돼 오는 2026년 3월까지 임기가 보장됐지만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 그룹에서 그간 부진했던 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생명은 생명보험업 불황과 맞물려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특히 올해 5월엔 한화생명이 ‘제판분리(상품 개발과 판매의 분리)’를 바탕으로 영업실적에서 업계 부동의 1위였던 삼성생명을 제친 일이 발생했다. 자회사 GA를 대형화하고 이에 맞춰 상품 보장 범위도 넓힌 효과가 적중한 것이다. 당시 업계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물론 삼성생명도 보수적인 영업 기조를 깨고 사업비를 대거 지출해 다시 1위 자리를 회복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입장에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란 평가가 다수였다.
삼성생명이 한화에 1위 자리를 내준 이유 중 하나는 전속 설계사 중심의 영업 전략을 크게 바꾸지 않은 점이 꼽혔다. 최근 보험 판매 채널 가운데 GA의 영향력은 급격히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전체 생명보험사 수입보험료 가운데 보험대리점이 판매한 규모는 5년 전에 비해 41.2% 크게 늘었다. 반면 보험사의 전속설계사의 실적은 같은 기간 28.2% 급감했다. 이 경향은 올해까지도 이어졌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한화생명은 이러한 추세에 따라 자회사 GA를 키우고 대형 GA까지 인수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한화와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삼성생명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 상반기 실적발표회에서 GA 인수 검토를 공식화한 것도 ‘GA 대세론’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자체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삼성생명은 내년부터 GA 판매 채널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 이사회가 이번 인사에서 홍 내정자에 대해 “채널 변화에 선제 대응하길 기대한다”라고 언급한 점도 GA 채널에 집중할 것이란 ‘사인’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삼성생명이 이미 내년 예산 편성에서 사업비를 대폭 늘렸다는 소문도 나온다. GA에 사업비를 대거 투입할 것이란 예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표까지 교체된 마당에 삼성생명이 내년에 영업 전략에 있어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한 때 GA 인수설도 돌았던 만큼 GA 판매 채널에 사업비를 많이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