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계 첫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공식 출범
수수료 절감·유통단계 단축에 산지·소비자 ‘윈윈’
“파일럿 기간 가격결정 등 불공정거래 해소 효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세계 최초로 시·공간 제약을 뛰어넘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개장했다. 유통 단계가 줄어들고 수수료도 낮추면서 농가와 소비자 모두 실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안착을 위해 온라인도매시장 제도를 뒷받침할 근거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도매유통 효율을 높이기 위해 추진했던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공식 오픈했다.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일정 요건을 갖춘 다양한 판매자와 구매자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전국단위 시장이다. 정부는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핵심 국정과제로 지정, 올해 2월 민관합동개설작업반을 구성해 개장을 준비해왔다.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물류 최적화다. 기존 도매시장은 산지 출하 주체가 가락시장에 물건을 보내면 시장에 있는 도매법인이 위탁을 받아 그 안에 있는 중도매인에게 경매로 넘기고 중도매인이 소비지에 있는 실구매자들(전통시장, 중소형마트, 가공업체 등)에게 다시 파는 형태다. 

반면, 온라인도매시장은 상품거래가 체결되면 산지에서 구매처로 직배송된다. 유통단계가 현재 4단계에서 2~3단계로 단축돼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생산자는 기존 거래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출하처를 확보할 수 있고, 구매자도 전국 상품을 온라인도매시장에서 비교할 수 있다.

◇ “거래·가격 결정 투명성 확보”

농식품부는 공식 개장에 앞서 지난달 4일부터 파일럿을 운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범 운영해보니 거래 투명성, 가격 결정의 투명성, 불공정거래 해소 효과가 충분히 있었다”며 “산지 주체가 바로 소비지에 있는 식자재 업체, 중소형 마트와 바로 거래하고, 중도매인이 빠지고 도매법인이 바로 실구매자와 거래하거나 도매법인이 빠지고 중도매인이 바로 산지주체와 거래하는 효율적 사례들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단계에서도 농산물을 저렴하게 사 먹을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며 “중간 비용이 절감이 되면서 농가, 중간 유통인, 소비자가 보는 혜택은 앞으로 계속 분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유통단계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면이 있고 불공정거래가 많은 현행 도매구조를 온라인 도매시장이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온라인 플랫폼 기반 농산물 유통 효과를 분석한 연구보고서에서 “전국 단위 농산물 온라인거래소는 농산물 공공 유통경로 거래제도 진화, 경쟁 촉진을 통한 유통효율성 강화, 산지 출하 선택권 향상, 거래 단계 축소 및 유통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파일럿 사업기간 농식품부가 거래사례를 분석한 결과 산지 직접 판매에 따른 위탁수수료 절감 효과 등으로 농가수취가격은 오프라인 대비 4.1% 상승하고 유통경로 단축 및 물류 최적화로 출하, 도매 단계 비용은 7.4%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 품목·수량·당도·상도 등 상세정보 제공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품질관리를 위한 장치도 뒀다. 대량거래 역량을 감안해 판매자 자격요건을 연간 거래규모 50억원 이상 생산자단체 및 법인으로, 구매자는 연간 거래규모 1000만원 이상 회원으로 제한했다. 품목, 수량 등 기본정보에 더해 당도나 산도, 크기 등 상세정보도 함께 제공하며 분쟁시 조정 절차도 마련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농식품부는 이날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출범식을 열고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내년에 5000억원 규모로 거래를 늘리고 2027년엔 3조7000억원 규모로 키운단 계획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세계 최초로 운영하는 온라인도매시장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이라며 “온라인상 또 하나의 가락시장을 만들어 도매 단계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그 혜택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출범식에선 이날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1호 거래 품목도 공개됐다. 방송인 백종원씨가 대표인 더본코리아가 전남서남부채소농협에서 양파 10톤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소개했다. 

제도 보완은 풀어야 할 과제다. 온라인도매시장을 운영하려면 설립, 운영에 관한 근거법이 마련돼야 한다. 올해 3월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지난 22일 열린 법안소위에서 법안을 논의했으나 위원들간 견해차로 의결이 보류됐다.

이에 일단 정부는 임시로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활용, 앞으로 2년간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다만, 온전한 체계, 제도적 안정성을 위해선 법안 통과가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홍 의원은 “법안을 발의했을 때 기득권을 갖고 있는 쪽에서는 이의와 문제제기를 하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달란 쪽에선 희망적인 전화가 와서 난처한 입장에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이해해주고 좋은 대안을 줘서 용기를 갖고 확실히 법을 만들 각오”라며 “시간적 문제지 다음엔 꼭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이 안착하려면 꾸준한 예산 지원도 중요하다. 현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관련 예산도 포함돼 있으나, 심의 과정에서 삭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플랫폼 고도화, 플랫폼 정산소 운영 등 온라인도매시장과 관련된 직접적인 예산만 624억원 정도 편성했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판매자, 구매자 유치를 더 하고 실적이 좀 더 나올 수 있도록 활성화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출범식이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30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출범식이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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