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입주대란 막기 위해 하루 전 늦은 저녁 임시 사용승인
준공허가 불허 원인인 하수암거 공사는 26년 4월까지 공사 진행 예정, 공사비 670억 예상
조합 “재산권 행사 제약 및 생활 불편 인지하고 입주하라” 사과 공지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입주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임시사용 승인으로 가까스로 입주대란을 막은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소유주들의 불편이 입주 후에도 향후 2년여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단지 시공에 필수적인 일부 공사는 시작도 못 해서다. 공사가 늦어지면서 소음과 분진 등 생활 불편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준공승인이 늦어지며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 “생활 불편과 등기불가로 인한 재산권 행사 제약 불가피” 사과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청은 하루 전인 29일 늦은 저녁 6700세대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에 대해 임시사용을 승인했다. 단지를 둘러싼 공사 완성도가 미흡해 강남구청이 준공허가를 거부한 대신 내놓은 미봉책이다.
조합은 이와 같은 사실을 공지하면서 입주시 등기 불가로 인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라고 사과했다. 준공허가가 나지 않은 임시사용승인 사업장은 등기가 나지 않아 주택담보대출이 불가하다. 상당수 주택 매수자들은 매매대금의 일부를 대출로 충당하는 만큼 대출이 나오지 않으면 매수희망자는 줄어들고 거래가는 인근 시세에 비해 낮게 형성된다.
이뿐만 아니다. 조합은 입주가 시작됐지만 현재도 부지 내 공공청사, 학교, 도로, 공원 등 여러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소음과 분진 등을 인지하고 입주가 시급한 세대만 우선 입주하라고 밝혔다.
◇구청의 ‘공사 독촉’ 불구 삽도 안 떴다···하수암거 공사비 670억 추가에 공사기간 2년 이상 예상
준공허가 실패의 주된 원인도 밝혀졌다. 강남구청은 해당 사업장에 사업시행인가시 제시한 하수암거 공사와 관련해 22년 4월부터 10여 차례 이상 공사를 시작할 것을 독촉해 왔지만 아직 착공도 하지 않은 것이다.
하수암거란 빗물을 흘려보내는 하수관과 해당 아파트의 오수를 흘려보내는 관로인 오수관을 통칭하는 것으로 공공주택 건설 현장에 필수적이다. 강남구청은 해당단지를 둘러싼 공공도로 아래에 하수관로 노선을 설치할 것을 통보했다.
그러나 2021년 초 강남구청이 제시한 하수관로가 통과해야 할 도로 지하에 약 2m 정도의 공동구가 지나고 있다는 것이 파악됐다. 조합에서는 공동구를 이설하고 하수관로가 직선으로 가길 시도했다. 공사가 간단해서 공사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반면 구청이 최초 제시한 공동구 밑으로 하수관을 가게 하려면 아파트 5층 높이의 깊은 땅굴을 파게 되며 공사비가 수백억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조합에서는 최소한의 공사를 위해 서울시 및 강남구청과 협의를 해왔지만 결국 공동구 이설은 불가하다고 지난해 말 결론이 났다. 그럼에도 조합은 공사를 최소화한 비용절감을 시도하며 이달 중순까지 손을 쓰질 않았다. 그러다 입주가 막힐 게 우려되자 입주를 열흘 앞둔 이달 20일에야 강남구청에 하수암거 공사 설계서를 제출했다. 이후 내달 공사업체를 선정하고 24년 2월부터 26년 4월까지 공사를 진행하게 되는 것을 일정으로 잡고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조합이 입주를 열흘 앞둔 20일 공사 설계서를 냈는데 너무 늦게 제출해 설계서를 검증할 시간조차 없었다”며 “6700세대 입주가 막히는 일만은 막아보고자 조합이 지난 28일 공사비 추산액인 670억원을 강남구청에 예치했고, 이를 조건으로 임시 사용승인이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의 추산액인 만큼 공사비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수암거 공사가 완료돼야 준공승인이 나는 게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조합이 예상한 일정대로라면 앞으로 해당단지의 준공 허가는 빨라야 2년 3개월 뒤에 난다는 것이다.
한편 조합원들은 시공 주관사인 현대건설에 대한 비난도 내놓고 있다. 사전점검 당시부터 품질이 떨어지는 마루를 시공하는 등 세대 내 하자로 문제를 일으키더니 입주 시기와 공사 진행까지 말썽을 일으켜서다.
다만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합이 아파트 재건축시 인근 공공도로 아래의 하수암거 공사는 시공사에 맡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해당 사업장은 조합이 직접 별도의 공사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대건설의 시공이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공공도로의 하수암거가 가장 큰 문제이지만 크고 작은 미흡한 공사가 논란이 돼서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일례로 단지를 둘러싼 공공도로의 하수암거 업체는 현재 선정 중이지만, 단지 내 하수관은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했다. 이 역시도 마무리가 미흡해 시정하라고 시공사에 공식적으로 의견 전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