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기대·반감기 '효과'
"5만달러 간다" vs "현물 ETF 효과 미미할것"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비트코인의 시세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과 내년 예정된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현물 ETF 승인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될 자금 규모의 예측치를 바탕으로 비트코인이 현재보다 약 35% 상승한 5만달러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다만 현물 ETF 승인 효과가 미미해 비트코인 시세가 크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 1년 9개월 만에 3만7000달러선 회복
28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비트코인은 3만7112달러(약 4806만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3만7000달러선으로 올라섰다. 비트코인은 작년 하반기 이후 올해 9월까지 3만달러를 밑돌며 부진했다. 하지만 10월 중순부터 오름세를 타기 시작해 이달 25일 오전 3만8000달러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 오름세로 바뀐 이유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미 증권당국이 현물 ETF를 승인하면 비트코인을 펀드화해 거래소에 상장하고 주식과 같은 조건으로 매매와 투자가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돼 비트코인 시세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현물 ETF 승인 기대감이 커진 이유는 미국 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미 자산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SEC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에 그레이스케일은 SEC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지난 8월 법원은 그레이스케일의 손을 들어줬다. SEC가 지난 2021년 비트코인 선물 ETF는 승인을 내줬는데도 불구하고 현물 ETF는 불허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SEC는 지난달 14일(현지시각)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겠다고 결정했고 비트코인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현물 ETF 승인은 시간문제가 된 셈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내년 1분기에 승인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그레이스케일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12곳의 운용사가 현물 ETF를 신청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내년 4월에 예정된 반감기도 시세 상승을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비트코인은 총공급량이 2100만개로 제한돼 있어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거친다. 이에 반감기 때는 비트코인 공급 물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보통 반감기는 4년마다 나타난다. 앞서 세 번의 반감기인 2012년에는 8450%, 2016년에는 290%, 2020년에는 560% 각각 상승했다.
◇ "현물 ETF로 신규 자금 유입" VS "오히려 자금 이탈 발생할수도"
비트코인이 향후 5만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는 현물 ETF를 신청한 자산운용사들이 운용자산의 1%(약1550억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여기에 실현 시가총액(Realized Capitalization)과 시가총액(MarketCap) 간의 증가 비율을 활용해 신규 자금 유입에 따른 비트코인 가격 추이를 파악했다. 실현 시가총액이란 비트코인 구입 당시 가격의 총합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시가총액은 실현 시가총액에 비해 약 3배에서 6배가량 빠르게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비트코인은 5만달러에서 7만달러까지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가상자산 전문 기업 트리니토(Trinito)의 허성필 인베스트먼트 헤드는 시장에 현물 ETF승인으로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은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펜션펀드, 연금자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10%가 자산 1%(4191억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할 때를 가정했다. 여기에 가상자산 시장이 호황이었던 지난 2021년에 나타났던 자금 유입에 따른 비트코인 가격 상승효과를 산출해 적용했다. 이를 토대로 비트코인은 5만9000달러까지 오른다고 전망했다.
다만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의 효과는 기대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비트코인 상승세가 "과도했다"고 진단했다. SEC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한다고 하더라도 가상화폐 시장에 새로운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기존에 다른 국가들에서 출시됐던 비트코인 ETF 상품들이 기존 상품들 대비 높은 수익률을 거두지 못했던 점도 언급했다.
JP모건은 더 나아가 ETF 승인 직후 대규모 자금이 이탈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될 경우 단기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을 위해 매도할 것이며 이에 이자가 붙은 27억달러의 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규모 자금이 유출되면 비트코인 가격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