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에 탑재된 개인 맞춤형 AI
내년 AI 폰 출시 등 시장 기대감↑
반도체 기업들이 수혜주로 꼽혀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에서 ‘온디바이스(On-device) AI’ 테마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온디바이스 AI는 서버를 거치지 않고 단말기에 탑재된 AI를 이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로, 빠른 학습과 실시간 대응에 강점이 있다는 점에서 AI 시장을 이끌 영역 중 하나로 꼽힌다. 주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수혜주로 꼽히면서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 투자 시장에서 떠오르는 ‘온디바이스 AI’

2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시작된 반도체 테마가 온디바이스 AI로 옮아가고 있다. 온디바이스 AI는 중앙집중화된 플랫폼 모델과는 달리 휴대폰이나 노트북, 자동차, XR(확장현실), 드론, 로봇 등에 AI를 적용한 개인화된 서비스다. AI 시장 개화와 함께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실제 온디바이스 AI 상품 출시가 하나둘씩 예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당장 내년 초 공개하는 ‘갤럭시S24’에 AI를 탑재키로 해 세계 최초의 ‘AI 폰’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IPO)과 영국 지식재산청(IPO)에 ‘AI 스마트폰’과 ‘AI 폰’에 관한 상표 등록 절차를 마친 바 있다. 여기에 내년 중 노트북에도 AI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코리아 2023'(SDC23 코리아)에서 한 임원이 생성형 AI 모델 '삼성 가우스'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코리아 2023'(SDC23 코리아)에서 한 임원이 생성형 AI 모델 '삼성 가우스'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기업들도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설계사인 퀄컴은 온디바이스 AI에 최적화된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신제품 ‘스냅드래곤8 3세대’를 최근 발표했다. 경쟁사인 미디어텍 역시 AI 성능을 강화한 AP ‘디멘시티 9300’을 내놨다. 두 회사는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는 회사들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온디바이스 AI 시장의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MI(Global Market Insight)는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엣지 AI’(온디바이스 AI) 시장규모는 2022년 50억달러에서 연평균 20%씩 성장해 오는 2032년 700억달러(약 87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AI 기술 향상과 적용이 올 들어 급격히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 증권사가 제시한 수혜주는 무엇?···“옥석가려야” 지적도

온디바이스 AI가 화두가 되면서 투자자들은 수혜주 찾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종에서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22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부터 AI 시장은 엣지 디바이스인 스마트폰, PC, 가전까지 확대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변화의 중심에 위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KB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 3월 공개 예정인 애플의 증강현실(AR) 디바이스인 비전 프로(Vision Pro)에 고대역 스페셜 D램 공급을 시작으로 온디바이스 AI 메모리 시장에 진입한다. 삼성전자는 내년 4분기부터 온디바이스 AI에 특화된 LLW(Low Latency Wide) DRAM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도 온디바이스 AI 수혜주로 분류되는데, 현대차증권은 칩스앤미디어를 수혜주 중 하나로 꼽았다. 현대차증권은 “배터리에 의지하는 엣지 디바이스에서 온디바이스 AI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저전력으로 추론의 지연을 줄여주는 NPU(신경망처리장치)가 필수적”이라며 “칩스앤미디어는 AI NPU·GPU(그래픽처리장치)에 필요한 영상 코덱과 IP(설계자산)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이미 해당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3세대 NPU를 개발하고 있는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저전력·저용량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업 제주반도체, 반도체 칩의 테스트 소켓을 생산하는 리노공업 등도 온디바이스 AI 시장 확대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이미 가파르게 상승한 종목들이 많고 온디바이스 AI 시장 개화로 실질적인 실적 향상으로 이어질지 여부도 확인해 가려낼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내러티브(서사)만으로 투자 심리가 형성된 상태로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무너질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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