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지놈앤컴퍼니 임직원 희망퇴직 신청 시작
올해 에이프로젠·휴마시스·종근당바이오 등 구조조정
"방만한 파이프라인 정리하고, 경영 효율화 필요"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제약바이오 시장 투자 한파가 지속되면서 바이오 업계에서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에이프로젠, 휴마시스, 종근당바이오를 비롯해 최근엔 지놈앤컴퍼니가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이다. 업계에선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인력 감축과 파이프라인 간소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침체와 투자 시장 위축으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임상 중단’, ‘희망 퇴직’ 등의 카드를 꺼내며 위기 속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구조조정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구조조정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달 지놈앤컴퍼니는 임직원을 대상의 희망퇴직 신청을 결정했다. 임직원의 약 30%를 감축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인력 감축을 마무리하고 내년 경영 효율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시작한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지놈앤컴퍼니는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신약개발 기업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기술이전과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등이 있다. 다만 2015년 설립 이후 기술이전 성과는 한 건에 불과하다. 2019년 LG화학과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 ‘GEN-001’의 국내 및 동아시아 지역 개발 및 판권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이 전부다. 당시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업프론트)과 전체 계약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놈앤컴퍼니의 올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은 약 107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이 중 90% 이상은 CDMO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놈앤컴퍼니는 지난해 12월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이기 위해 파이프라인 간소화에도 나섰다. 마이크로바이옴 파이프라인 GEN-001과 바벤시오(Bavencio) 병용 임상 중 고형암 대상 1·1b상 시험을 조기 종료하면서 사실상 임상을 중단했다. 고형암 임상 1상을 중단하고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위암과 담도암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놈앤컴퍼니는 매년 영업적자가 늘어나며 2020년 약 266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2021년 361억원, 지난해 575억원으로 불어났다. 판관비 등 영업비용이 늘어난 것이 적자폭을 키운 원인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지난 4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23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 발행한 바 있다. 해당 CB의 조기상환청구일은 2025년 4월부터 도래함에 따라 주가가 반등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에 대응할 현금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에이프로젠은 올해 초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실적 악화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1월 초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인력 감축에 나섰다.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서 경영 효율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앞서 에이프로젠은 바이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1호로 주목받았다. 다만 연구개발(R&D) 비용이 늘어나면서 영업적자는 2021년 946억원, 지난해 1196억원으로 확대됐다. 회사는 지난해 상장 계열사인 에이프로젠메디신과 흡수 합병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진단키트 기업인 휴마시스도 지난 3월부터 직원 개별 면담을 통해 권고사직 형태의 직원 감축을 추진했다. 부·팀장급을 포함해 수십 명이 퇴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월엔 종근당바이오가 코로나19 등에 따른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 감축에 나섰다. 임직원 희망퇴직 신청을 통해 인력 규모를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메드팩토, 퓨쳐켐, 바이젠셀 등이 임상 중단을 통해 경영 효율화 제고에 착수한 바 있다. 투자 한파 장기화로 바이오 기업의 사업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업계 전반으로 팽배해지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 업계 구조조정 이슈는 비단 국내 기업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글로벌 빅파마들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만한 파이프라인을 정리해 사업성이 있는 핵심 신약후보물질 위주로 R&D 역량을 집중하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구조조정, 임상 중단 등의 이슈는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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