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아·경남제약 등 전자약 기술 확보
“신약 개발보다 시간과 비용 줄일 수 있어”
맞춤형 치료 수요↑···환자 상태 인식해 치료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국내 기업들의 전자약 개발 도전이 이어지면서 치료 질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전통 제약업계에서도 전자약 기술 확보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전반으로 전자약 시장 확대에 따른 환자 개인의 맞춤형 치료 효과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개인 맞춤형 관리가 의료시장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전자기기를 활용한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전자약이 상용화된 사례는 2021년 식약처 허가받은 와이브레인의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과 뉴로핏의 뇌질환 전류자극기 ‘뉴로핏 잉크’ 등이 있다.

전자약이란 먹는 약이나 주사제처럼 환자 몸에 약물을 투입하지 않고 전기자극 등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전자장치다. 전자약은 치료가 필요한 특정 부위만 선택해 자극해 인체에 안전하다는 것이 강점으로 부각된다. 약물 복용에 거부감이 있는 환자들은 전자약 치료로 대체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혹은 약물과 병용해 치료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국내 전자약 허가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전자약 허가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최근엔 전자약 개발에 뛰어드는 기업이 다양해지면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편두통, 불면증, 인지기능 장애 등 치료 적응증이 다변화되고 있다. 특히 전자약, 디지털 치료기기 전문기업뿐만 아니라 전통 제약사들의 시장 진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포트앤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전자약 시장은 2018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8.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동아제약은 전자약 기업 뉴아인과 편두통 완화 의료기기 ‘일렉시아(Elexir)’에 대한 국내 독점 판매 공급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지난해 11월 임상 연구 및 사업개발을 위한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동아제약 측은 “뉴아인과 편두통, 안구건조증, 수면개선 등 만성질환 치료 기술 개발을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제약에 따르면 이달부터는 뉴아인의 편두통 전자약 일렉시아 양산에 돌입했다. 뉴아인의 편두통 전자약은 이마에 붙여 사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료기기 지침(CE-MDD) 인증을 획득했다. 뉴아인은 올해부터 편두통 완화 효과 유효성 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시판 후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경남제약은 개인 맞춤형 숙면 유도 전자약을 개발 중이다. 지난 7월 회사는 서울대학교 등 산학협력단과 인공지능(AI) 기반 전자약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미세한 스티커 형태의 피부 부착형 패치를 이마에 부착해 뇌파 측정을 진행하고, AI 알고리즘에 적용해 수면의 질 개선 및 모니터링 기기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6월엔 한미약품과 KT가 디지털치료 전자약 전문기업 디지털팜에 합작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첫 사업으로 알코올, 니코틴 등 중독 관련 디지털치료기기(DTx)와 ADHD 분야 전자약 상용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자약은 뇌와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천문학적이 비용이 들어가는 신약 대비 개발 리스크가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통 제약사들의 전자약 시장 진출이 늘어나는 이유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되, 신사업 전략으로 매출 구조를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AI 기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지면서 전통 제약사들의 시장 진입도 활발해지는 추세”라며 “자체 개발보다는 공동개발, 업무 협력 등의 방식으로 기술 확보를 모색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기존 신약 개발에 쏟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제약사들이 느끼는 가장 큰 매력 요소일 것”이라며 “최근 개인 맞춤형 치료가 시장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인식해 맞춤형 자극을 줄 수 있는 전자약 기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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