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뻥튀기 상장 막겠단 의지 내비쳐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파두의 기업공개(IPO)를 둘러싸고 이른바 ‘뻥튀기 상장’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IPO 직전월까지의 실적을 투자위험요소에 기재했는지를 확인키로 했다. 

26일 금융감독원은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5개 증권사(미래·KB·신한·대신·신영)와 ‘IPO 시장의 공정과 신뢰 제고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뻥튀기 상장을 막겠단 의지를 내비쳤다. 우선 IPO 심사 시 직전월까지의 매출액·영업손익 등이 투자위험요소에 기재됐는지 여부를 확인한단 방침이다. 이와 함께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충실히 공시하도록 하고 중요한 정보가 누락되거나 거짓으로 기재된 경우 불공정거래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같은 조치는 최근 불거진 ‘파두 사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파두는 지난 7월 IPO를 실시하면서 올해 매출 1203억원, 영업이익 1억원, 순이익 1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파두의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 180억원, 영업손실 344억원, 순손실 337억원에 그쳤다. 지난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081억원의 부진한 매출을 기록한 것이 추정치와의 괴리를 키운 요인이었다.

실적 추정치가 몸값 산정에 쓰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주관사단은 2024년 순이익 추정치인 948억원에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 가치로 환산했다. 이후 비교기업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을 적용해 1조원이 훌쩍 넘어서는 몸값을 제시했다. 내년 실적이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올해 실적 성장세가 내년 실적 추정치와 연결된단 측면에서 무관치 않단 평가다.

특히 2분기 실적의 경우 공모 전의 상황이라는 점에서 논란을 키웠다. 파두나 상장 주관사가 2분기 실적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것인데 이를 투자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한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2분기 공식적인 결산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4월과 5월의 실적이나 분위기에 대해선 주관사가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한다”며 “기술특례 상장 기업 IPO에선 실적 추정이 중요한데 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를 주관사가 몰랐다고 해도 문제이고 알았다고 해도 문제여서 법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치에도 ‘뻥튀기’ 사례를 없애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몸값을 높이기 위해 IPO 이전에 실적 마사지를 하고 IPO 후 실적이 부진하다고 하더라도 명백한 위법적 요소가 없다면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며 “IPO 후 실적 부진이 실적 부풀리기의 결과 때문인지 단순히 업황 악화 때문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 7월 발표한 일주일 내 신속심사·대면협의와 투자자 이슈가 있는 건에 대한 중점심사 원칙을 유지하기로 했다. 

여기에 금감원은 공모가 산정과 인수인 실사의견 기재방식을 표준화하고 필수 정보가 누락되지 않고 이해되도록 정비할 방침을 밝혔다. 부실기재 사항은 공식 정정요구를 거쳐 효력을 재기산하고 경미한 자진정정 일정변경은 최소화할 예정이다. 

이밖에 증권신고서 제출기업·주관사별 과거 심사내역을 분석할 수 있는 전자공시시스템(DART) 검토시스템 기능을 확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아울러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 발표한 ‘기술특례 상장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기술특례상장기업의 상장 후 조기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상장주선인의 책임을 강화하고 기술특례상장 관련 정보 시스템 구축을 완료해 시장 감시·견제 기능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자본잠식 상태인 기술기업에 대한 상장 심사 시 자본잠식 해소계획을 기재해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금융투자협회도 기업실사 내부통제기준 마련·운영 여부를 인수업무규정으로 의무화해 내부통제를 강화키로 했다. 또 IPO 기업실사 관련 업무 프로세스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파두의 IPO(기업공개)를 둘러싸고 이른바 ‘뻥튀기 상장’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IPO 시장의 재무정보 투명성 강화에 나서 주목된다. 사진은 파두 CI. / CI=파두.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파두의 IPO(기업공개)를 둘러싸고 이른바 ‘뻥튀기 상장’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IPO 시장의 재무정보 투명성 강화에 나서 주목된다. 사진은 파두 CI. / CI=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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