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HBM 앞세워 추격 나서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이 지난 3분기 큰 폭으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핵심 칩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수요 확대 수혜를 받으면서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한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HBM 시장 공략으로 대응에 나섰다.
26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D램 시장의 올해 3분기 총매출은 132억4000만달러(17조2914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19.2% 증가한 수치다. 이로써 D램 총매출은 올해 1분기 93억7000만달러(12조2372억원)를 기록한 이후 2분기 연속 증가했다.
삼성전자 D램 매출은 올해 1분기 40억달러(5조2240억원)에서 2분기 44억4000만달러(5조7986억원), 3분기 52억달러(6조7912억원)로 증가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 23억2000만달러(3조299억원), 2분기 34억4000만달러(4조4926억원), 3분기 46억3000만달러(6조467억원)로 매출 증가세가 나타났다.
D램 수요 확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매출 증가세를 보였지만 시장 점유율은 좁혀져 눈길을 끈다.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시장 D램 점유율은 3분기 35%로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39.4%에 4.4%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올해 1분기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2.8%, SK하이닉스는 24.7%로,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18.1%포인트였다.
이는 AI 시장 개화에 따른 HBM 수요확대 영향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설계기업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했다. SK하이닉스의 D램 부문은 올해 3분기 AI용 메모리 HBM3와 고용량 DDR5, 고성능 모바일 D램 등 주력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여 2개 분기 만에 먼저 흑자로 돌아선 바 있다.
HBM은 다수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다. 고용량 데이터를 단기간에 처리해야 하는 AI용 GPU(그래픽처리장치)에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으며 가속 컴퓨팅을 위해 중앙처리장치(CPU)에도 채택이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HBM 시장 규모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4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HBM이 D램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회사들의 경쟁력 강화 움직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메모리인 HBM3E를 앞세워 AI용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려는데 주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는데 “HBM3뿐만 아니라 HBM3E까지 내년도 캐파(생산능력)가 ‘솔드아웃’됐다”며 “추가 수요 문의도 들어오고 있어 수요 기반 관점에서 보면 확실한 가시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HBM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초당 최대 1.2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초고성능 HBM3E D램 ‘샤인볼트’를 지난달 선보이는 등 높아지는 AI 시장 요구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는 설계·생산부터 2.5D 첨단 패키징까지 HBM 턴키(turn key·일괄 발주) 생산체제를 유일하게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2분기부터 본격 양산이 예상되는 HBM3E부터 시장 진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여 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