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 종료
대규모 연구개발비 집행 예고···백신 포트폴리오 강화
대상포진, 독감 백신으로 해외 공략 확대···수익성↑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이하 SK바사)가 올해 적자 전환 이후 신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노바백스 코로나19 위탁생산 계약 종료 이후, 백신 사업 실적 고민이 이어지면서다. SK바사는 대상포진과 독감 백신을 내세워 시장 확대에 집중하는 한편, 차기 파이프라인 통한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사가 올해 들어 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다가 3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올해 첫 분기 흑자 달성에는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이 종료되면서 1회성 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앞서 SK바사의 올해 1분기와 2분기 영업적자는 각각 292억원, 353억원으로 집계된다. 코로나19 백신 CMO(위탁생산) 사업이 축소된 탓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매출 유형별 실적./ 표=정승아 디자이너
SK바이오사이언스 매출 유형별 실적./ 표=정승아 디자이너

◇ 대상포진·독감 백신, 핵심 캐시카우로 안착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4월 향후 5년간 성장 전략으로 총 1조 2300억원대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예고했다. 백신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다만 연구개발비용 확대에 따른 대규모 현금 출혈이 예상된다.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선 백신 사업에서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SK바사 전체 매출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매출이 올 4분기부터 빠지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부터 SK바사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맺은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은 종료된 상태다.

SK바사에 따르면 노바백스와의 기존 코로나19 위탁개발생산 계약은 종료됐지만, 노바백스의 오미크론 하위변이(XBB 1.5) 대응 코로나19 백신 ‘뉴백소비드’에 대한 위탁생산 계약을 새롭게 체결했다. 뉴백소비드는 현재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긴급사용승인 절차에 있다. SK바사는 식약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하면 국내 독점 공급을 시작할 방침이다. 시기는 내년으로 예상된다. 

SK바사 측은 “올 4분기부터 기존 노바백스와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매출은 사라지지만, XBB 1.5 대응 백신이 국내 허가를 획득하면 다시 CDMO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엔데믹 이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시장 가치가 꺾이면서, 지난 2년간의 특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K바사가 자체 백신으로 사업 성과를 증명할 때가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이유다. SK바사 역시 대내외 분위기를 감지하곤, 백신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대규모 R&D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SK바사는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를 기반으로 매출 확대 기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SK바사의 스카이조스터는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이 커지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늘었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만 보더라도 분기별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앞서 스카이조스터는 2017년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후 2020년 태국, 2022년 말레이시아 허가를 획득했다. 사우디와 베트남 등으로 허가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SK바사 측은 “백신 매출에서는 스카이조스터 대상포진 백신 매출이 가장 큰 상황”이라며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도 주요 매출원 중 하나지만, 독감은 주로 3·4분기에 매출이 나오고 대상포진은 1년 내내 수요가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기별로만 봐도 스카이조스터는 점점 매출이 늘어나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해외 인허가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SK바사의 스카이셀플루는 세포배양 방식의 백신이다. 세포배양 백신의 장점을 내세워 수출국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독감 백신의 생산 방식은 유정란과 세포배양으로 구분된다. 달걀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유정란 백신은 접종자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조류 인플루엔자 등으로 생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세포배양 백신은 외부적 생산 방해 요소가 없고, 공급 주기가 짧다는 장점이 있다.

SK바사에 따르면 스카이셀플루는 2014년 국내 품목허가를 시작으로 2018년부터 해외 허가국을 넓히고 있다.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폴, 몽골에서 품목허가를 받고 수출 중이다. 회사는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으로 스카이셀플루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SK바사 측은 “올해는 코로나19 CMO와 자체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 물량 때문에 독감백신이 풀케파로 생산되지 못했다”며 “내년부터는 독감백신 물량을 올해보다 더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주요 파이프라인./ 표=정승아 디자이너
SK바이오사이언스 주요 제품 및 R&D./ 표=정승아 디자이너

◇ 중장기 비즈니스 모델 '폐렴구균', 단기 성장 모멘텀 '장티푸스'

SK바사가 공개한 5개 신규 백신 파이프라인에는 폐렴구균 백신 ‘스카이팩’,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백신 ‘HPV-10’,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범용 코로나백신(Pan-sarbeco),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백신(RSV) 등이 포함된다. 이중 가장 임상 속도가 앞선 폐렴구균 백신은 연내 임상 3상 여부를 결정하고 오는 2027년까지 상용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SK바사의 스카이팩은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의 소아·영유아 21가 폐렴구균 백신으로 개발되고 있다. 사노피와 공동개발 중이다. 현재 폐렴구균 백신 중 가장 최근에 허가를 받은 백신은 화이자의 20가 백신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차세대 21가, 24가 폐렴구균 백신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SK바사도 이들과 개발 경쟁에 합류했다.

가장 가까운 시점에 매출 성과가 예상되는 파이프라인은 장티푸스 백신 ‘스카이타이포이드’이다. 장티푸스 백신 스카이타이포이드는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수출용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스카이타이포이드는 항원 역할을 하는 장티푸스균의 다당류를 운반체 역할을 하는 디프테리아 독소 단백질(디프테리아 톡소이드)에 접합해 개발한 다당류-단백질 접합체 백신이다.

한편 SK바사는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개발도 계획 중이다. 회사는 이달 국제 비영리 연구기관인 힐레만 연구소와 ‘2세대 자이르 에볼라 바이러스(Zaire Ebola Virus) 백신’의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골자는 2세대 에르베보의 개발을 위한 협력이다. 에볼라 백신의 개발 이후 가격 경쟁력을 갖춰 중저소득 국가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