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앞다퉈 지상철도 지하화 추진
1기 신도시 특별법, 총선 앞두고 갑자기 속도
“이슈 선점만 챙겨···당초 제기된 문제는 외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개발 정책이 쏟아지는 모양새다. 경기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는 ‘메가시티 서울’ 구상이 나온 데 이어 여야가 앞다퉈 수도권 지상철도를 지하화하겠다고 나섰다. 실제 추진 여부나 발생하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최근 서울 지하철 1호선 등 수도권 도심 지상철도를 지하화하는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도심 지상철도 지하화를 통해 노후화된 철도 개선뿐 아니라 철도부지·주변 지역 개발을 통해 보다 나은 교통 편의를 제공한다는 게 골자다.

특별법엔 ▲도심 철도 지하화 사업 관련 계획을 우선순위로 규정하고 전담 조직을 신설 ▲필요시 예타 면제조항 적용 ▲철도역사 주변은 국토부 장관 또는 지자체장이 개발 예정 지역으로 지정해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다만 지나친 난개발을 막을 수 있도록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경기도 김포시 한 거리에 서울 편입 공론화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김포시 한 거리에 서울 편입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의 철도 지하화는 여당이 ‘메가시티 서울’ 구상으로 주목을 받자 꺼내든 카드로 풀이된다. 메가시티 서울은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골자로 한다. 더 나아가 구리·과천·광명·고양·하남시 등 서울 인근 지역들이 편입 논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구상 발표 이후 서울 편입 대상 지역에선 ‘인서울’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여당에서도 민주당과 비슷한 법안을 내놨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철도 지하화 관련 특별법을 발의했다.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는 지상철도 구간을 지하화하고 상부 공간을 고밀·복합 개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권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철도 지하화’를 입법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경부선 서울역~당정 구간(32㎞), 경원선 청량리~도봉산 구간(13.5㎞), 경인선 구로~도원역 구간(22.8㎞) 철도 지하화를 공약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노후계획도시 정비지원 특별법’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특별법엔 20년이 넘은 100만㎡ 이상 택지에서 재건축을 추진할 때 안전진단을 면제하거나 완화하고 용적률 등 규제를 풀어주는 내용이 담겼다. 여야는 최근 1기 신도시의 재건축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다며 연내 특별법 처리를 약속했다.

특별법은 지난 3월 발의됐지만 진척이 지지부진했다.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안전진단 면제 시 안전관리에 문제가 우려된다‘, ’구체적인 이주 대책이 필요하다‘ 등의 지적이 여야 양쪽에서 나왔다.

지난 10월 5일 드론으로 촬영한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광경 ⓒ시사저널e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1기 신도시 특별법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른 건 메가시티 서울 구상으로 수도권 이슈를 선점당한 야당이 ‘1기 신도시 특별법’을 꺼내들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을 연내 통과시킬 수 있도록 민주당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안이 연내에 꼭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적극적인 논의를 부탁드린다”고 호응하면서 특별법은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1기 신도시 특별법과 함께 수도권·지방 구도심을 개발하는 ‘도시재정비촉진법’도 연내 동시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다. 여야는 오는 22일과 29일 국토토통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원회에서 법안들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부동산 개발 공약을 남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철도 지하화의 경우 2008년부터 대선·총선·지선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계획이 번번이 무산됐다. 메가시티 서울 계획도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 ‘실현 불가능한 허상이자 국민 혼란만 일으키는 정치쇼’, ‘메가시티 추진에 앞서 지역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변수가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그동안 처리를 미루던 부동산 개발 관련 법안 처리에 갑자기 경쟁적으로 속도를 내는 배경이 궁금하다”며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당초 제기됐던 문제들은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크고 작은 선심성 정책들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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