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전체 보험·조달 모두 아우르는 직책
지주 중심 경영체제 강화 의지 담겨
쉽지않은 보험·증권업···성장 이어갈까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 사진=메리츠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이번 임원인사로 '그룹부채부문장'을 맡은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부채부문장이란 타이틀 자체에서 메리츠의 지주 중심 경영체제 강화에 대한 의지가 읽힌다는 해석이 나온다. 부채부문장 직함이 그룹 보험사업과 조달 부문을 모두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최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각각 화재와 증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용범 부회장과 최희문 부회장이 모두 지주로 자리를 옮겨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 지휘하기로 한 것이 핵심이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와 함께 그룹부채부문장을 맡는다. 최 부회장은 그룹조달부문장을 담당한다. 

업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맡은 부채부문장이란 타이틀은 다소 예상 밖이란 반응이 나온다. 최 부회장이 운용부문장이 된 것을 고려하면 김 부회장의 직책은 ‘조달’부문장이 더 맞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혹은 김 부회장이 메리츠화재의 성장을 이끌어온 것을 미뤄보면 보험부문장이 더 어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부채부문장이란 직함에서 이번 인사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우선 조달부문장은 메리츠금융의 핵심 사업인 보험사업의 의미를 모두 담을 수 없는 타이틀이다. 보험사는 보험계약을 통해 받는 보험료를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등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또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서 받은 보험료는 일단 부채로 인식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험영업은 조달 측면을 포함한다.

하지만 보험사는 보험료를 통해 이익도 얻는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통해 이익으로 인식할 부분(보험계약마진·CSM)을 우선 부채로 잡아놓은 다음 매 분기 일정 액수를 실제 이익으로 반영한다. 이는 돈을 받는 대가로 이자나 배당을 지불하는 통상적인 조달 범주에서 벗어난다. 김 부회장이 조달부문장 대신 부채부문장이란 직함을 얻은 이유다.    

메리츠화재는 국내 보험사 가운데 CSM 규모가 10조원을 넘긴 네 곳(삼성생명·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9월 말 기준 CSM은 약 10조6800억원을 기록했다. 중형급 보험사가 보험상품 판매를 통한 수익성은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그간 김 부회장의 지휘 아래 보장성 보험 판매를 크게 늘린 덕분이다. 더구나 메리츠화재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의 여파도 없었다. 이에 메리츠화재는 올해 3분기 순익은 4963억원으로 손보업계 1위를 차지했다.

보험부문장도 ‘반쪽짜리’ 직함이다. 김 부회장이 보험사업을 총괄하게 되면 메리츠증권에 대한 책임 권한을 갖지 않게 된다. 이번 인사를 통해 지주중심 체제를 강화하겠단 메리츠금융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것이다. 이에 부채부문장이란 타이틀을 달고 메리츠화재 뿐만 아니라 증권 계열사의 조달 부문도 아우르게 된 것이다. 김 부회장은 채권운용 분야의 ‘1세대’로 통할 만큼 자본시장 전문가이기도 하다. 기업의 자금 조달 구조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메리츠금융은 올해 화재 계열사의 성적 덕분에 그룹 전체 실적도 늘었다. 하지만 향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험산업은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위기에 빠진 생보사들은 ‘제3보험’ 시장뿐만 아니라 손보사 영역에도 들어오려 한다. 증권업도 고금리 경향과 부동산시장 침체로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순익이 크게 줄어든 이유다. 이러한 위기 돌파 여부에 따라 메리츠금융의 이번 인사에 대한 평가도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지주가 중심이 돼 각 계열사로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룹 전반의 재무적 유연성을 도모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해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진출 기회를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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