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은행 등 계열사 CEO 연임 선택할듯
신한, 자회사 수장 교체 나서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신한금융지주의 올해 연말 인사는 방향이 다소 갈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새 그룹 수장을 맞이한 KB는 일단 안정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신한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 등에서 변화에 방점을 찍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 수장 맞이한 KB···예상깨고 안정 취하나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양종희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임했다. KB금융은 9년 만에 새 그룹 수장을 임명했다. 양 회장은 올해 연말 처음으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나선다. 이후 지주·은행 임원 인사도 차례로 이뤄진다. 그룹 회장이 교체된 만큼 인사 변화의 폭이 클 가능성이 있어 이목이 쏠린다.
하지만 양 회장이 올해 인사에선 변화보단 안정을 추구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첫 임기인 만큼 계열사 CEO를 대거 교체하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더구나 KB는 외풍 없이 후계 구도에 포함됐던 인물을 후임자로 선정하는데 성공했다. 당장 인사에서 ‘칼바람’이 이뤄질 확률은 낮다는 것이다.
KB금융의 11곳 계열사 중 9곳을 맡은 대표 10명의 임기는 올해까지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서남종 KB부동산신탁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다. 은행, 카드, 증권, 손해보험 등 핵심 계열사 수장이 모두 인사대상자다.
특히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인 이 행장은 연임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근 행장은 지난 2021년 말 선임돼 올해로 2년 임기를 채운다. 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단 평가를 받기에 추가 임기 1년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작년엔 인도네시아 법인의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느라 1등 은행 자리를 놓쳤지만 올해 들어서 다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창권 대표도 국민카드 지휘봉을 잡은지 올해로 2년이 된다. 임기 중 실적이 감소했지만 카드업계의 불황이 이어진 여파다. 김 대표는 1년 추가 임기를 받았지만 KB손보의 실적이 크게 늘어난 점이 3연임의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지주 부회장 자리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박정림·김성현 대표는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 대표는 지난 2019년 취임해 올해까지 5년간 KB증권을 이끌었다. 2021년에 역대급 순익을 올린데 이어 올해도 양호한 성적을 거뒀지만 이미 오랜 기간 임기를 보냈다는 점이 연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더구나 박 대표는 이번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1차 숏리스트에 양 회장과 함께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후계 구도에 들었던 인물인 만큼 올해로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크다.
◇'질적성장' 강조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올해도 변화?
신한금융은 이번 인사에서 변화를 추구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진 회장은 취임 후 규모의 확장을 지양하고 ‘질적 성장’을 강조하는 발언을 수 차례 해온 바 있다.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는 등 외형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던 조용병 전 회장과 구별되는 전략이다.
진 회장의 '경영 색깔' 입히기는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신한금융은 조직개편을 통해 자산관리(WM)·고유자산운용(GMS)그룹을 없앴다. 두 그룹은 조 전 회장이 계열사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매트릭스 조직이다. 핵심 비이자사업을 협업이 아닌 각 계열사의 자율성에 맡기는 쪽으로 바꾼 것이다. 전임 회장의 주요 업적 중 하나에 변화를 줬다는 것은 향후 인사 및 조직개편의 방향을 시사한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계열사 CEO 인사도 변동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은행과 카드 수장의 인사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임기가 종료되는 계열사 CEO는 10명이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사장,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전통자산부문 사장, 김희송 신한자산운용 대체자산부문 사장,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사장, 조경선 신한DS 사장, 정지호 신한펀드파트너스 사장,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사장,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사장, 배진수 신한AI 사장 등이다.
일각에선 계열사 정리가 이뤄질 것이란 소문도 나온다. 현재 신한의 계열사는 14개로 KB(11개)보다 많다. 이 가운데 신한자산신탁·벤처투자·EZ손해보험은 조 전 회장이 성사시킨 M&A로 탄생한 계열사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직 개편은 올해 계속 진행되는 부분이라 연말 개편이 이뤄져도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변화”라며 “계열사 CEO 인사도 현재까지 정해진 부분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