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임시주총 개최···사내·사외·감사 그대로 3년 재선임 안건
임시주총 이후 667억 유무상증자···박영근 고액연봉 재원 마련할까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진원생명과학이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박영근 대표 등 현 경영진의 3년 재선임 안건을 표결한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2005년 코스피 우회상장 이후 19년 동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박 대표는 매년 수십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챙기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박 대표가 진원생명과학으로부터 거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재원은 연례행사처럼 지속해온 유상증자 덕분이다. 올해도 진원생명과학은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주주들의 반발에 금융감독원은 3번이나 정정공시요구로 막았다. 하지만 진원생명과학은 포기하지 않았고 내년 초 667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 진원생명과학 임시주총, 박영근 3년 재선임 시도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12월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기로 의결했다.
주요 안건은 현 박영근 대표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 및 사외이사 김상돈, 감사 최성호를 그대로 3년 임기로 재선임하는 안건이다. 대표이사는 사내이사에서 선임하기에 임시주주총회에서 안건 통과시 박 대표의 3년 대표 연임은 사실상 확정된다. 현 사외이사 및 감사 역시 그대로 3년 더 회사를 이끌게 된다.
원래 박 대표 등의 임기는 올해 3월 31일까지였다. 하지만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상근감사 선임 등 안건이 의결 정족수 미달로 결의되지 못했다.
박 대표 재선임 안건이 부결된 배경에는 회사가 19년 동안 적자를 지속하는 동안 박 대표 등 경영진은 막대한 연봉을 수령하는 것에 대해 소액주주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진원생명과학은 2005년 유가증권시장에 우회상장으로 입성했다. 당시 100% 자회사인 VGX파마수티컬스를 통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였던 동일패브릭을 인수한 다음 사명을 VGX인터내셔널로 바꿨고 2014년부터는 진원생명과학으로 변경했다. 진원생명과학은 DNA백신을 연구개발한다고 내세웠지만 사실 별다른 성과를 낸 적은 없다. 반면 매년 적자행진은 지속됐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매출 274억원, 영업손실 371억원을 냈다.
박 대표는 매년 막대한 연봉을 받아왔다. 진원생명과학뿐만 아니라 위탁개발생산(CDMO)사업 자회사 VGXI에서도 연봉을 받았다. 박 대표의 총보수는 2018년 38억원, 2019년 45억원, 2020년 81억원, 2021년 100억원, 2022년 94억원 등에 달했다.
이 같은 행태에 소액주주들은 반발해왔다. 하지만 황금낙하산 조항에 박 대표 등 현 경영진을 끌어내리기도 어려웠다. 진원생명과학 정관에 따르면 사내이사가 ▲적대적 인수, 합병 등으로 해임 ▲임기 중 비자발적으로 사임 ▲사유를 불문하고 임기 중 주주총회 결의에 의해 해임 등을 당하면 진원생명과학은 퇴직금을 제외한 별도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보상금은 대표이사의 경우 100억원이고 다른 이사는 60억원이다.
소액주주들은 황금낙하산 폐지를 위한 정관변경 안건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정관변경은 특별결의에 해당하고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소액주주 결집력이 약하기에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도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표를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 677억 유상증자 재도전···고액연봉 재원 마련할까
진원생명과학이 만년 적자회사임에도 박 대표에게 매년 수십억원의 연봉을 지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진원생명과학이 유상증자를 꾸준히 실시하면서 자본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특히 진원생명과학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이슈로 주가가 급등한 2020년부터 전환사채와 주주배정 방식으로 증자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유상증자는 2020년 1월 198억원, 2020년 7월 765억원, 2021년 12월 1138억원을 결의했고 사모 전환사채도 2020년 11월 240억원, 2022년 4월 117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2020년부터 시장에서 끌어들인 자금만 총 2457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매년 거듭되는 적자에 고액연봉 지급으로 진원생명과학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유동자산이 362억원에 불과하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5월 16일 이사회를 열고 2200만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방식 유상증자로 818억 4000만원을 추가로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발에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 30일과 6월 22일, 8월 17일 등 3번에 걸쳐 진원생명과학이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요구공시를 했다.
증권신고서는 제출 후 10영업일 이후부터 효력이 발생하는데 금융감독원이 정정 요구 공시를 하게 되면 그 즉시 증권신고서는 수리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고 그 효력이 정지된다.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은 후 회사가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해당 증권신고서는 자본시장법 제122조 제6항에 따라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진원생명과학은 이날 유무상증자결정 정정공시를 띄우며 내년 초 66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밝혔다. 유상증자 이후 주당 0.2주의 무상증자도 진행된다.
앞서 이와 별도로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9월 6일 운영자금 목적 등의 이유로 25억원을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했다. 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사람들은 박영근 대표와 현 경영진 등 특수관계인으로 박 대표는 직접 20억원을 분담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박 대표 의결권은 기존 6.28%에서 6.88%로 늘어났다.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합하면 기존 7.95%에서 8.75%로 의결권이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박 대표가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3년 연임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