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개선 민당정협의회서 개선안 공개
개인·기관 간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 ‘초점’
시스템 구축 및 불법 단속·처벌 강화 강조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당정이 개인과 기관·외국인의 대주 상환기간, 담보비율 등을 통일하는 공매도 제도 개선안 초안을 공개했다.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해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금융당국의 조사 및 처벌도 강화키로 했다. 관련 법안의 국회 입법에도 속도를 내 정부가 공매도 금지기간으로 정한 내년 6월말까지 제도 정비를 완비하겠단 계획이다. 

16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당정협의회에서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주요 인사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을 받는 공매도 제도 개선방안 방향을 논의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미국, 영국 등에 비해 유통주식 수량이 적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변동성이 높다. 시장정보, 거래 조건 등에서 우위를 갖는 기관의 공매도가 변동성을 더욱 확대해 개인 투자자 피해가 커진단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 금감원이 글로벌IB의 불법 공매도를 적발해 시장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내년 6월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내렸다. 정부는 공매도 금지기간 중 제도개선을 통해 증권시장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단 계획이다.

16일 국회 본청에서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가 열렸다. 이자리에는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 사진=최성근 기자
16일 국회 본청에서 공매도 제도개선방향 민당정협의회가 열렸다. 이자리에는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 사진=최성근 기자

◇개인·기관간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공매도 시스템 구축

당정은 개인과 기관 간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 무차입 공매도 방지 방안 마련,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적발 및 처벌 강화 등을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민당정협의회가 끝난 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현실적으로 공매도 거래에 제약이 있는 개인 투자자에게 기관보다 좀 더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중도상환 요구가 있는 기관의 대차 거래 상환 기간은 개인의 대주 서비스와 동일하게 90일로 하되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120%인 개인의 대주 담보 비율은 기관의 대차와 동일하게 105% 이상으로 낮춘다.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 방지하기 위해 기관 투자자 내부 전산 시스템과 내부 통제 기준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기관이 자체적으로 매도가능 잔고를 전산관리하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서 현물 보유분, 대차 차입분, 기타 매도가능 권리 등을 입력, 전산화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모든 공매도 기관투자자는 착오방지를 포함해 대차 체결일시, 잔고정보 등에 대한 체계적 관리기준을 마련하고, 매 영업일 대차잔고 및 무차입 공매도 주문 발생 여부를 점검하는 등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증권사는 기관의 내부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확인한 경우에만 공매도 주문을 허용한단 방침이다.

유 의장은 “외부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완전 차단하는 시스템 구축에 대해서 금감원, 거래소를 중심으로 유관기관, 전문가, 투자자 등과 함께 구축 가능성과 대안 등을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공매도 관련 전산시스템 구축에 대해 “금융위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을 연구한 바 있고 실무를 담당하는 거래소와 금감원 등이 관련된 전산시스템 모양이 어떻게 될지 구체적으로 TF를 운영하면서 투자자 얘기를 듣고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공매도 조사를 강화하고 적발시 처벌 강도도 높이기로 했다. 시장 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에 대해 적법성과 적정성을 점검하고 거래소 등 관련 기관과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했다. 불법 공매도 거래자에 대한 주식 거래 제한, 임원 선임 제한 등 제재 수단을 다양화한단 계획이다. 

이 원장은 “불법 공매도 관련 외부로 드러난 것 이외에 3~4개 이상을 구체적 사건화해서 조사 중에 있고 다른 시장 참여자의 불법이 없었는지에 대해서 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당정이 추진하는 제도개선 방향이 외국인 자금 이탈 등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자본시장 신뢰를 더 높이고 강화하려고 하는 일”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우리 자본시장에 신뢰가 더 쌓인다면 해외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성자, 유동성 공급자에 대해선 “좀 더 검토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국회 논의 탄력 전망···“보완작업 미흡시 공매도 금지 연장”

당정은 이날 민당정 협의를 기반으로 공매도 관련 법안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강훈식·김경협·김용민·박용진 의원, 국민의힘 권은희·이종배·윤창현·하태경 의원 등이 발의한 공매도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이들 법안은 대체로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 상환기간·담보비율 일원화, 공매도전산시스템 구축, 불법공매도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 법안은 대체로 처벌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는 반면 야당 법안은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본시장법 소관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21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공매도 관련 법안들을 논의한다. 민주당 정무위 관계자는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는 여당에서 지난해부터 꾸준히 주장하던 내용이고, 우리가 주장하는 제도 개선이나 시스템 구축은 금융위에서 항상 어렵다고 했는데 지난 국정감사 후반부터 약간 기류가 바뀌었다”며 “오늘 발표는 그간 민주당이 제기했던 부분이 받아들여졌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나온 공매도 제도개선안이 그간 야당이 필요성을 제기한 정책 방향과 맥이 닿아 있어 여야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내년 총선 등 정치적 일정을 감안할 때 연내 입법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당정은 공매도 제도 보완 작업이 미비할 경우 공매도 금지기간을 연장할 여지도 남겨뒀다. 김 부위원장은 “(공매도 금지기간 연장 여부는) 충분한 제도개선이 됐는지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최선의 노력을 해서 내년 6월말까지 공매도를 재개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하지만 제도 개선사항이 충분치 않다면 그때 연장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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