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3분기 누적 순익 2257억원···홀로 실적 개선
카드론·현금서비스·리볼빙 잔액 모두 줄어···연체율 0%대 유지
애플페이 도입 이후 회원 수 증가로 매출 성장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고금리 장기화로 카드업계 전반이 실적 악화를 면치 못한 가운데 현대카드는 올해 3분기 홀로 순익이 증가했다. 건전성 관리 중심의 경영 전략과 신규 회원 수 증가 효과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22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078억원) 대비 8.6% 증가한 규모다.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중 현대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들은 모두 3분기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카드업계 맏형격인 신한카드는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46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877억원)보다 20.2% 줄었으며, 국민카드도 같은 기간 3523억원에서 2724억원으로 22.7% 역성장했다. BC카드는 지난해 3분기 1344억원에서 올해 3분기 696억원으로 순익이 48.2% 감소하며 가장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하나카드와 우리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이익도 1년 새 각각 22.1%, 34.1% 줄었다.
롯데카드의 경우 3분기 3657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2695억원)보다 35.7% 증가했지만 3분기 실적에 자회사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처분이익이 반영됐다. 롯데카드는 지난 5월 자회사였던 로카모빌리티를 호주계 사모펀드 맥쿼리자산운용에 매각했다. 자회사 매각 효과를 제외한 롯데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6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8% 감소했다.
지난 상반기에 이어 올해 3분기도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여파가 이어지면서 카드업계 전반의 실적이 하락했다. 또한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면서 대손비용이 늘어난 점도 순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업황 악화 속에서도 현대카드가 홀로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건전성 중심의 경영 전략을 펼치며 금융 자산을 보수적으로 취급한 점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카드는 올해 들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대출성 상품과 리볼빙 서비스 등의 잔액이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9월 말 기준 현대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조604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9879억원) 대비 7.7% 감소했다. 이는 카드사 중 가장 큰 감소율이다. 현금서비스 같은 기간 6190억원에서 5212억원으로 15.8% 감소하며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올해 9월 말 기준 96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2634억원)보다 23.6% 급감했다. 8개 전업 카드사 중 1년 새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이 줄어든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고금리 시기 부실 위험이 확대되는 대출성 자산의 취급을 줄이면서 현대카드의 건전성 지표도 개선됐다. 현대카드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연체율은 0.85%로 전년 동기(1.02%) 대비 0.17%포인트 하락했다. 그 결과 충당금 적립액은 54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줄어들었다.
애플페이 도입 효과로 신규 회원 수가 늘어난 점도 실적 선방에 한몫했다. 지난 3월 애플페이가 출시된 이후부터 현대카드 회원 수는 크게 늘었다.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현대카드의 누적 신규 회원 수는 97만9000명으로 카드사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카드업계 상위사인 신한카드(83만3000명), 삼성카드(87만4000명)보다도 10만명 이상 많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업황 악화 속에서도 회원 성장으로 취급액이 증가했다”며 “선제적으로 진행한 자산건전성 중심 경영으로 0%대 연체율 달성을 지속하고 대손비용이 감소하면서 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