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에 해외 부동산 관련 최대 1100억 충당금 설정
레버리지 구조 투자에서 중·후순위 투자 비중 높아 손실↑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저금리 시절 투자하거나 인수했던 해외 부동산이 부실화되면서 대규모 충당금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은 선순위보다 후순위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아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손실 폭이 한층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 증권사 실적 발목잡은 해외 부동산 손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3분기 실적에 해외 부동산 부실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했다.
충당금이란 향후 손실이 예상되는 것이 확실해진 손실을 회계상 미리 설정해두는 것으로 영업외부동산 관련 충당금이 늘어날수록 부실이 한층 현실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분기 실적에 미국 댈러스 스테이트팜 부동산 투자 관련 600억원과 프랑스 마중가타워 관련 480억원 등 약 1100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여파로 3분기 당기순이익이 769억원에 불과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은 약 2조2000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1조원이 최근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오피스로 파악된다”며 “보유 자산의 건전성 수준을 파악할 수 없어 실적 불확실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환경 속 미국과 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치하락이 진행 중”이라며 “해외 지분투자자산 손상차손 규모가 불확실해 당기순이익 변동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2분기 1000억원에 이어 3분기에도 648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설정했다. 이 가운데 400억원 가량이 해외 부동산 관련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체 해외부동산 익스포저 2조6000억원 가운데 공실율이 높은 편인 자산은 4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평가손실 및 충당금으로 2600억원을 반영했다”며 “올해 4분기에도 보수적으로 추정하여 1000억원 가량을 적립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3분기 중 유럽 오피스빌딩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고 520억원에 달하는 해외 부동산 손실을 3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메리츠증권은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상업용 3조원, 주거용 1조4000억원 등 총 4조4000억원으로 경쟁사 상황을 비교해 추정한 고위험자산 익스포저는 5000억원 미만일 것으로 추정한다”며 “최근 해외 부동산 관련 우려 커지면서 월 단위로 시가평가하고 있고 동일한 원칙으로 평가하고 즉시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증권도 3분기에 IB부문 자산 관련 783억원의 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했다. 이 가운데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은 551억원에 달한다.
하나증권은 실적컨퍼런스콜을 통해 “해외 익스포져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이 약 1조3000원인데 상반기 현장 실사를 통해 선제적으로 평가하고 충당금을 쌓았고 미국과 유럽 쪽으로 재실사를 실시해 평가손실이 예상되는 부분을 올해 전부 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증권사 투자은행(IB)부문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은 여전히 부동산금융 시장에 대한 민감도가 높을 것”이라며 “대형 증권사의 경우 해외 부동산 투자에 따른 손실 부담이 손익과 재무구조에 앞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중·후순위 투자 집중하다 금리 인상에 타격
대부분의 부동산펀드나 리츠들은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현지 대출과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로 나눠 투자금을 모집해 자산을 인수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같은 레버리지를 통해 해외 부동산펀드는 2017~2019년 금리가 1%대였던 상황에서도 5~6%대의 수익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레버리지 구조는 금리 상승에 취약하다. 금리가 상승하면 대출이자가 늘어나면서 임대료 수입을 갉아먹고 자산 가격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최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펀드만기가 다가온다면 자산매각 후 펀드를 청산해야하기에 대규모 손실이 확정된다.
펀드가 청산시 선순위 투자자들은 중순위나 후순위 투자자 대비 우선권이 있기에 손실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후순위 투자자들은 전액 혹은 대부분 손실이 불가피하다.
선순위 투자자들은 은행이나 기관들이 대부분이고 후순위 투자자들은 증권사 비중이 높다. 특히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재매각(셀다운)에 실패한 해외 부동산펀드를 떠안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발표한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가운데 증권사의 자본 대비 후순위·지분투자 비율은 8.8%로 보험사(5.5%)와 여타 업권(0.8~2.9%) 비율을 상회했다. 상반기말 기준 건전성 요주의 이하 비율 역시 증권사가 23.6%로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만기 현황을 보면 1년 이내 만기 도래 규모는 증권사가 3조2000억원으로 가장 크며 이 중 일부는 기한이익상실, 이자·배당 중단 등 건전성 관련 특이사항이 발생하고 있다“며 ”반면 보험사의 만기는 5년 초과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부실발생 시에도 즉각 투자가 청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