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길 대우건설 부장, 1년 만에 초고속 승진
북미해외사업 총괄···업적 쌓기 나설 듯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창선 중흥그룹의 회장의 손자인 정정길 대우건설 전략기획팀 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해 부장에 오른지 1년 만의 초고속 승진이다. 20대의 나이에 빠른 속도로 승진하면서 중흥그룹이 3세 승계 작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우건설 부장으로 입사···1년 만에 상무로 승진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정정길 대우건설 전략기획팀 부장을 상무급 임원 인사에 포함했다. 정 부장은 상무B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정 상무를 포함한 이번 인사에서 대내외 소통 능력과 추진력, 업무 전문성 등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두루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정 상무는 1998년생으로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손자이자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의 장남이다. 2021년 전역 후 중흥건설에 기획관리실장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아 왔다.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 후엔 대우건설 전략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겨 부장을 맡았다. 이후 1년 만에 상무로 승진한 것이다. 25세 나이에 상무 직함을 달아 최연소 임원이 됐다. 대우건설 역사상 20대 임원은 최초다.
◇북미해외사업 총괄···업적 쌓기 나설 듯
업계에선 3세 승계를 위한 초석 마련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상무는 정원주 회장 다음으로 중흥그룹을 이끌 유력 인물로 꼽힌다. 다만 경영권을 물려받기에 아직 경험과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상무직을 맡으며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해외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국내 건설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판단 아래 해외 신시장 개척을 통해 업적 쌓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상무는 평소 북미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을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도 관심을 가진 배경으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정원주 회장 주도 아래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텍사스주와 도시개발 업무협약 등을 체결하는 등 북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무협약 당시 정 상무가 동행하기도 했다.
◇정원주 회장, 해외사업 힘 실어주기 나서
임원인사와 함께 진행된 조직개편도 해외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대우건설은 전략기획본부 산하에 있던 해외사업단을 CEO 직속 편제로 승격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세계속의 대우건설’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해외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 및 현지화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고 조직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도시정비사업 등 국내 건설시장이 불황 예상되는 만큼 해외건설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정 상무가 임원 자리에 오른 만큼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도 해외사업을 강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해외사업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2조4061억원의 해외공사를 따냈다. 리비아 패스트트랙 발전공사(1조원)과 카두나 정유시설 긴급보수공사(7255억원) 등으로 올해 해외수주 목표 1조8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최근 정원주 회장은 직접 전 세계 각국을 찾아다니며 대우건설의 해외공사 수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초기부터 해외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정창선 회장은 인수 전인 2020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해외사업을 하는 대기업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히는 등 해외 진출 의지를 꾸준히 드러내왔다. 인수 완료 이후엔 “뛰어난 기술력과 다양한 해외건설 경험을 가진 대우건설의 인수는 저에겐 평생의 꿈을 이뤄가는 ‘제2의 창업’과도 같다”며 “해외영업 네트워크 확대 등 신시장 개척의 열정을 되살릴 지원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며 해외사업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