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리적 가정 값 조정으로 보험이익·CSM 급감
'실적 부풀리기 비판' 자유롭지 못하단 지적

서울 강남 삼성생명 사옥 / 사진=삼성생명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삼성생명이 3분기에 전체 실적은 늘었지만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3분기 보험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동시에 미래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도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그간 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계리적 가정 값을 낙관적으로 사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유지했던 ‘보수적 경영기조’가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14일 삼성생명은 올해 3분기 당기순익(개별 기준)이 2682억원으로 직전 분기(631억원) 대비 약 네 배 늘었다. 투자영업손실 규모가 2분기 대비 크게 줄어든 결과다. 2분기에 수익률이 낮은 채권을 대거 매각하면서 손실이 크게 불었지만, 3분기에는 이 작업을 하지 않은 결과 적자 규모가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본업'인 보험영업이익은 3877억원으로 직전 분기(4346억원) 대비 11% 급감했다. 올해 2분기에 이익이 늘었지만 다시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와 비교하더라도 16% 크게 줄었다. 

/자료=삼성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삼성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삼성생명의 보험영업이익이 줄어든 이유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적용 때문이다. 보험계약마진(CSM)이 3분기에 이익으로 반영(상각)된 규모는 직전 분기와 비슷했다. 문제는 CSM이 당국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인해 크게 줄어들면서 약 28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2분기(50억원) 대비 손실이 다섯 배 불었다. CSM은 보험사가 미래에 이익으로 인식할 예정인 보험부채를 말한다. 일단 부채로 잡아놓고 일정 비율씩 보험영업이익으로 인식된다.

삼성생명의 CSM은 당국 방침 적용으로 크게 줄었다.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가정 값을 조정한 결과 약 5400억원이 감소한 것이다. 여기에 회사로 이익을 많이 가져다주던 계약 가운데 일부 해지가 일어나면서 3분기 CSM은 총 1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이는 실적을 발표한 주요 보험사 가운데서도 크게 감소한 결과다. 같은 계열사인 삼성화재(-1430억원)와 비교해 세 배 넘게 줄었다. 가이드라인의 충격이 컸던 DB손해보험(약 -4000억원) 보다도 더 많이 감소했다. 

이번 실적발표로 인해 삼성생명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실손보험 손해율을 낙관적으로 설정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의 주된 대상은 일부 손해보험사들이었다. 손보사들이 실손보험의 계리적 가정을 낙관적으로 설정해 실적이 갑자기 크게 늘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당국은 실손보험 손해율을 비롯해 계리적 가정에 대한 방침을 직접 정해준 것이다. 그런데 비판의 대상으로 지목되지 않은 삼성생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셈이다. 

계리적 가정 값을 유리하게 정했다는 정황은 위험조정(RA) 영역에서도 나타났다.  3분기 RA를 이익으로 반영(상각)하는 금액(840억원)이 직전 분기(1480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쪼그라든 것이다. 3분기 보험영업이익 감소의 또 다른 원인이다. 삼성생명은 RA 상각액이 주요 보험사 중에서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삼성화재가 3분기 이익으로 인식한 RA는 직전 분기 대비 2.8% 정도 줄어드는데 그쳤다.  

RA는 IFRS17 아래서 보험사들이 보험부채(최선추정부채·BEL) 규모를 실제보다 적게 측정할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설정하는 항목이다. CSM과 비슷하게 부채로 일단 인식했다가 일정 비율씩 이익에 반영한다. 그런데 일부 보험사들이 기말 시점에 해약율 가정치를 자의적으로 정해 이익에 포함되는 RA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국은 가이드라인에 RA 이익 반영에 대한 기준도 넣었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생명은 그간 해약률 가정치도 낙관적으로 정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삼성생명은 업계에서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는 몇 안되는 보험사로 알려졌다. 아무리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해도 무리수를 잘 두지 않는 기업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 실적 부풀리기 의혹으로 이러한 경영 방침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5월 한화생명과 벌였던 ‘영업전쟁’에서도 이러한 신호가 나왔다. 당시 삼성생명은 한화생명에 빼앗긴 영업실적 1위자리를 되찾아오기 위해 그간 보수적 영업 방침을 깨고 최대 규모의 판매 인센티브를 제공한 바 있다. 

생보업계는 불황이다. 인구·가족구조의 변동으로 핵심 상품인 종신보험 시장이 쪼그라들었다. 이익을 내기 위해선 질병·상해·간병 등 ‘제3보험’ 상품 판매를 늘려야하는데, 이 시장에선 손보사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에 생보사 ‘원탑’인 삼성생명도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경영 전략을 대폭 수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내년에 사업비를 대폭 늘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이란 소문도 나온다. 

삼성생명 재무담당 임원은 이날 실적발표회 자리에서 “기준변경으로 당기순익과 CSM이 일부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라면서 “하지만 향후 CSM 관리 측면에선 큰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자료=삼성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삼성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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