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근로시간 대국민 설문 결과 발표···“주52시간제 정착, 일부 업종선 애로”
“근로자·사업주 과반 제조업 연장근로 필요”···노동계 반발 등 추진엔 난관 전망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일부 직종에 한해 주52시간제를 유연하게 운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조업과 생산직 등에 한해 주당 최대 60시간 이내 한도로 완화하는 안이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노동계가 근로시간 유연화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정부가 강조하는 노사정 협의에 따른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고용노동부는 지난 6~8월 국민 6030명(근로자 3839명, 사업주 976명, 국민 12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연장근로 관리를 현행 주에서 월·분기·반기·연 등으로 유연하게 하는 개편안을 내놓았으나 장시간 노동을 조장한단 비판에 부딪히면서 추진에 제동이 걸렸고, 이후 여론 수렴 강화 등 보완 작업을 진행했다.
◇“주52시간제 제조업 등 애로···연장근로 관리단위 선택권 부여 필요”
고용부는 주52시간제(법정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가 상당부분 정착됐지만 일부 업종과 직종에선 여전히 애로를 겪는 것으로 분석했다. 설문에서 주52시간제에 대해 국민 48.2%가 ‘장시간 근로 해소에 도움이 됐다’고 답한 반면, 54.9%는 ‘업종, 직종별 다양한 수요 반영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실제 주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대응 방식은 포괄임금 활용(39.9%), 추가인력 채용(36.6%), 수주포기(30.6%), 법·규정 무시(17.3%) 등으로 나타났다.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에 대해선 노사와 국민 모두 동의(근로자 41.4%, 사업주 38.2%, 국민 46.4%)가 비동의(근로자 29.8%, 사업주 26.3%, 국민 29.8%)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고, 일부 업종·직종에만 적용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연장근로가 필요한 업종으로는 제조업(근로자 55.3%, 사업주 56.4%)과 건설업(근로자 28.7%, 사업주 25.7%), 직종은 설치·정비·생산직(근로자 32%, 사업주 31.2%), 보건·의료직(근로자 26.8%, 사업주 22.8%), 연구·공학 기술직(근로자 22.2%, 사업주 26.4%)에서 높게 나타났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 한도를 ‘주 60시간 이내’, ‘64시간 이내’, 64시간 초과‘, ’모르겠다‘ 중 선택하게 한 문항에선 근로자 75.3%, 사업주 74.7%가 60시간 이내를 택했다.
조사를 진행한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설문조사 결과 주52시간제가 현장에 안착되고 있으나 일부 업종, 직종에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장근로 관리단위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의 정책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시간 제도 개선시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기 위한 주 상한 근로시간 설정 등 추가적 건강권 보호에 대한 개선방안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정부, 일부 업종 근로시간제 개편 추진···노사정 합의 난관 ’예고‘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근로시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이에 제조업 등 일부업종에 한해 주60시간 이내 범위에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완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장근로 단위를 월로 하면 최대연장근로 시간은 월 52시간이 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행 주52시간의 틀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업종과 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1주로 한정하지 않고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한단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지난 개편안이 장시간 근로로 인한 근로자 건강권 위협 우려가 제기된 만큼 이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노동시장에서 공짜야근을 근절하는데 행정역량을 집중하겠단 점도 강조했다. 기획감독 등을 통해 포괄임금제가 임금체불 수단으로 악용되는 상황을 막고, 디지털 포렌식 등 과학적 기법도 강화하겠단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설문조사에서 필요성이 제기된 주당 근로시간 상한 설정과 근로시간 11시간 연속 휴식 등 장시간 근로, 건강권 대책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 논의에 있어 노사정 합의를 강조하면서 논의가 속도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노동계가 근로시간 유연화 방향 자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노사정 대화는 사실상 닫혀있는 상태다.
당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한 축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가 필요한 일부 업중, 직종으로 제조업, 건설업, 설치, 정비, 생산직, 기술직 등을 꼽았지만 이는 일부 업종과 직종이 아니라 사실상 전부에 가깝다”며 “근로기준법은 강행법규로 법정노동시간은 주52시간도 아니라 주40시간이다. 위반시 2000만원,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범죄행외다. 정부는 특정업종, 직종 운운하며 범죄행위를 조장말라”고 직격했다.
경영계 또한 정부 발표가 지난 3월 발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에 못 미치는 내용이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금번 조사 결과 현행 근로시간제도론 갑작스런 업무량 증가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단 현장 실태가 확인됐고 상당수 국민들이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를 원하는 만큼 정부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 등 근로시간 제도개선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