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동안 374억 장내매도···8일 장마감 후 파두는 ‘어닝쇼크’ 실적공시
실적공시 후 9일 하한가, 10일도 –22%···주가 반토막 전 투자금 회수한 셈
2016년 설립부터 728억 투자···8월 상장 당시에도 654억 처분해 투자금 회수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조단위 대어로 지난 8월 증시에 입성했던 파두가 올해 3분기 충격적인 실적을 공시하면서 부실 IPO실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주요주주였던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실적공시 직전까지 지분을 대거 처분해 투자금을 회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포레스트파트너스는 블루런벤처스(BRV) 출신인 한승 대표가 2016년 설립한 사모펀드(PEF)인데 2016년 파두 설립 초기부터 투자를 이어왔으며 실질적 2대 주주에 해당했다.
◇ 포레스트파트너스, 어닝쇼크 공시 직전 지분매각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세쿼이아트리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설정한 펀드들은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보유하고 있던 주식 124만5361주를 장내 매도해 419억원을 현금화했다고 10일 공시했다.
포레스트파트너스 산하 펀드인 세쿼이아트리2호 엔코어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 지난 9월 7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12만702주를 매각해 55억원을 현금화한 바 있다. 9월 매도분을 포함하면 총 136만6063주를 처분해 474억원을 회수한 것이다.
이를 통해 포레스트파트너스의 파두 지분율은 6.92%에서 4.06%로 줄었다. 지분율이 5% 이하가 되면서 향후 지분 매각에 따른 공시의무도 사라졌다.
이달 포레스트파트너스의 주식처분은 파두가 지난 8일 장마감 이후 충격적인 2, 3분기 실적을 공시하기 직전에 모두 마무리됐다.
파두는 6월 30일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에 매출 177억2326만원, 영업손실 43억1349만원, 당기순손실 41억444만원을 냈다고 밝혔다.
파두는 비록 적자기업이었지만 SK하이닉스를 통해 미국 빅테크에 SSD컨트롤러를 납품하는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범위(2만6000~3만1000원)의 최상단인 3만1000원에 확정했다. 공모금액은 1937억5000만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489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상장 후 3개월이 지난 이달 8일 분기보고서 공시를 통해 2, 3분기 실적이 드러났다. 올해 2분기 매출은 5941만원, 3분기 매출은 3억2081만원에 그쳤고 영업손실도 2분기 152억7540만원, 3분기 148억2135만원으로 1분기 대비 4배가량 늘어났다. 말그대로 어닝쇼크였다.
파두 주가는 어닝쇼크 충격에 9일 하한가를 기록했고 10일에도 21.93% 급락했다. 8일 3만4700원에 마감했던 파두 주가는 10일 1만8970원에 장을 끝냈다. 이틀 만에 반토막이 된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포레스트파트너스는 파두가 실적을 공시하기 직전까지 지분을 대거 매도함으로써 투자금을 원활하게 회수했다.
포레스트파트너스는 지난 2016년 설립 당시부터 투자한 초기 투자자로서 그동안 여러펀드들을 통해 파두 투자를 계속 이어왔다. 파두 상장 당시 포레스트파트너스가 보유한 파두 주식은 557만4156주(11.54%)에 달했다. 포레스트파트너스의 총투자금액은 728억원으로 평균 투자단가는 주당 2500원에서 2만607원이었다. 이는 파두 공모가 3만10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포레스트파트너스를 포함한 재무적투자자들은 파두의 IPO 흥행을 위해 보유지분에 대해 상장 직후, 상장 후 1개월, 상장 후 2개월, 상장 후 3개월 등으로 나눠서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이외 상장 1년 이내 취득한 지분에 대해서는 코스닥 규정에 따라 상장일로부터 1년간 의무보유가 설정됐다.
포레스트파트너스 산하 펀드들을 8월 7일 파두가 상장하자 보호예수를 설정하지 않은 지분을 매각했다. 나흘에 걸쳐 총 222만9660주를 장내매도했고 654억원을 현금화했다. 포레스트파트너스의 보유주식수는 334만4496주(6.92%)로 낮아졌다. 이번 지분매각 대금 474억과 합치면 총 1128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총투자원금(728억원)을 이미 크게 넘어섰다.
◇ 포레스트파트너스는 어떤 곳?
포레스트파트너스는 BRV 출신인 한승 대표가 2016년 당시 SC은행에서 구조화 금융을 맡고 있던 이진상(현 레버런트파트너스 대표)씨와 손잡고 설립했다.
포레스트파트너스는 2016년 설립 직후부터 15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성공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벤처(VC), 사모투자(PE)를 병행하며 파두 및 제주맥주, 클린테크 기업 리카본, 온라인글로벌 무역중개 플랫폼 트릿지 등에 투자해왔다.
포레스트파트너스는 지난 2021년 5월 제주맥주 상장을 통해 통해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포레스트파트너스는 유한회사 에프피파인트리1호를 통해 제주맥주 주식 320만주(5.71%)를 보유한 3대주주였다.
당시에도 에프피파인트리1호는 상장 전 전체 보유 주식 중 112만주(2%)는 상장 첫날부터 매각할 수 있도록 보호예수를 설정하지 않았고 112만주(2%)에 대해서는 1개월, 96만주(1.71%)에 대해서는 3개월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그리고 상장 첫날인 2021년 5월 26일부터 보호예수를 설정하지 않은 물량을 전량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포레스트파트너스는 최근 인공지능(AI) 일임투자 서비스 ‘핀트’를 운영하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최대주주였던 회사로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 디셈버앤컴퍼니로 사명을 변경했다.
포레스트파트너스는 현재 PE 본부와 VC본부 등 2본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9월말 기준 총운용자산(AUM)은 57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