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윤영준·SK 박경일, 실적 성과에 연임 ‘청신호’
포스코 한성희, 5연임 성공 관심···삼성 오세철 ‘60세 룰’ 변수
DL 마창민, 지주사 변화 속 안정화···중대재해 책임 물을 수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내년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임기 만료를 대거 앞둔 가운데 연임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잿값 상승이라는 공통된 악재 속에서 건설사들이 수주·실적 모두 성과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건설업황 불확실성에 따른 세대교체 분위기와 안전사고 책임 등은 변수로 꼽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10대 건설사 중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CEO는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와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등 5명이다.
현재 연임 가능성이 높은 수장은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다. 윤 사장은 2021년 3월 현대건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윤 사장은 꼼꼼한 일처리와 안정적 운영으로 수주와 실적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현대차그룹의 기대치를 현실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해외수주 공헌과 윤사장 후임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연임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두면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8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 역시 20조원을 넘기며 연간 목표액(25조5000억원)은 물론 역대 최대 매출 달성이 기대된다. 아울러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50억 달러·6조4000억원) 수주에 이어 지난달 24억 달러(3조2000억원) 규모 사우디 천연가스 플랜트 건설사업을 따내며 해외 수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도 연임에 무게가 쏠린다. 박 사장은 2021년 9월 SK에코플랜트 대표에 오른 뒤 회사가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체질 전환하는 등 기업 가치를 높인 수장으로 평가받는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까지 환경·에너지분야 대규모 인수합병을 마무리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외 신사업 확대를 추진하면서 투자유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매출·이익 모두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773억원으로 전년 동기(989억원) 대비 79%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3조989억원에서 3조9273억원으로 27% 증가했다. 환경·에너지 등 신사업 부문 성과가 실적 향상에 주효했다는 진단이다. 올해 신사업 매출액은 자회사 실적 반영 등으로 1조264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5513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매출 비중은 32.2%로 2021년 15.3%, 2022년 29.8%에 이어 성장세를 나타냈다.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도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오 대표는 2021년 3월 취임한 이후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등 실적 상승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8749억원을 달성했다. 취임 전인 2020년(5313억원) 대비 65% 가량 증가한 금액이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주택 중심의 사업을 펼치는 건설사들이 곡소리를 낸 것과 달리 홀로 약진했다. 해외 프로젝트와 하이테크 일감에 집중한 성과로 풀이된다. 올해 역시 3분기까지 영업이익 9000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 달성이 기대된다. 다만 삼성그룹에 60대에 접어들면 용퇴하는 이른바 ‘60세 룰’이 있는 만큼 1962년생인 오 대표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연임 여부에 따라 거취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그룹은 최고경영자의 임기가 1년에 불과해 해마다 재신임을 받는 구조다. 한 대표는 포스코이앤씨로 상호를 변경하며 도시정비 신규수주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공격 경영을 해와 경영 능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재선임 될 경우 5연임에 성공한 CEO가 된다. 포스코이앤씨는 도시정비사업에서 지난달 말까지 누적 수주액 4조3158억원을 기록하며 현대건설을 밀어내고 1위가 유력한 상황이다. 수주액은 2위인 현대건설(1조8828억원)보다 두 배 넘게 많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는 연임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DL이앤씨는 올해 실적 부진과 중대재해 사고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매출은 3분기 5조658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8%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24억원으로 36% 감소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7건의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해 8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이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2021년 그룹의 지주사 체제 변화의 선두에서 그룹 체제 안정화를 다진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 만큼 교체 가능성을 섣불리 판단하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선 내년 건설경기 불황을 대비해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CEO를 포함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건설업계 최장기 CEO인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은 자리를 내줬다.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이슈가 계속 확장되면서 책임론이 일자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 오너가인 허윤홍 사장에게 지휘봉을 전달했다. 이 밖에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을 이끌던 우철식 사장도 경영상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사퇴했다. 사장으로 선임된 지 9개월 만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GS건설이 예상보다 빨리 CEO를 갈아치운 만큼 건설업계의 인사 분위기가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며 “경영성과는 물론이고 앞으로 건설업황의 불확실성을 대비해 세대교체와 전문성 강화를 중심으로 변화가 모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