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 생보사 해약환급금 30조8197억원···전년比 52.0%↑
효력상실환급금 1년 새 31% 늘어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가계경제 악화···보험계약대출 수요도 증가

생명보험사 해약환급금 및 효력상실환급금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생명보험사 해약환급금 및 효력상실환급금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생명보험사의 해약환급금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해약환급금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길어지면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서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을 해지하는 경우가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1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22곳의 해약환급금은 30조81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0조2827억원) 대비 52.0%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약환급금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6월까지만 해도 해약환급금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하며 줄어드는 모습이었지만 7월 들어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늘어나며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후 ▲2022년 9월 23.3% ▲2022년 12월 67.7% ▲2023년 3월 104.7% 등으로 증가율이 확대된 바 있다.

보험료 미납으로 효력 상실이 발생할 경우 납입보험료 중 일부를 되돌려주는 금액인 효력상실환급금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8월 말 기준 생보사들의 효력상실환급금은 1조9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52억원에서 31.0% 증가했다.

이처럼 생보사들의 환급금 규모가 늘어나는 이유는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보험료 납입에 어려움을 겪는 가입자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월 3.2%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연초 5%대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2.3%까지 내려앉았으나 8월에 3.4%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3%대로 다시 올라선 이후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대출금리의 경우 기준금리가 올해 2월부터 3.5%로 동결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나날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국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5.17%로 전년 동기(4.71%) 대비 0.54%포인트 상승했다.

보험 가입자들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보험계약대출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 계약의 해약환급금 범위 내에서 대출을 이용하는 서비스로 보험료 지속 납입이 어려울 경우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보험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8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58조3097억원으로 전년 동기(47조5038억원) 대비 22.7% 증가했다.

환급금 규모가 늘어나면서 생명보험사의 수익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환급금 증가는 생보사 입장에서 그만큼 지출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비용이 늘어나면 보험 영업 부문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보험사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손해율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환급금이 늘었다는 건 보험료를 꾸준히 납입하기 어려울 만큼 가계 사정이 어려워진 보험 가입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라며 “보험 계약 해지가 늘어나면 고객 이탈은 물론 향후 기대할 수 있는 보험료 수입도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보험사의 수익성에도 좋지 않은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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