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지침 지난해와 올해 1,2분기 장부에도 적용
3분기 보험순익, 지침 적용 전 2분기와 비교하면 9%↓
현대해상 등도 수정소급법 택할 가능성

서울 강남 DB손해보험 본사/ 사진=DB손해보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손해보험사 '빅4' 중 하나인 DB손해보험이 올해 3분기 실적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수정소급법’을 적용했다. 현재까지 실적을 공개한 보험사 가운데 수정소급법을 최초로 택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보험사들도 당국 가이드라인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DB손보는 3분기 보험영업순익이 414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4.7% 소폭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금융당국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수정소급법'으로 적용한 결과다. 지난해 전체와 올해 1,2분기 등 이미 작성된 재무제표도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수치를 수정한 것이다. 그 결과 3분기 실적이 직전 분기 대비 더 적게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가이드라인은 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나온 것이다. 올해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자 보험사들이 장부 상 이익 규모를 키우기 위해 계리적 가정 값을 자의적으로 정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손보사들이 실손보험의 손해율 가정 값을 낙관적으로 산출해 실적을 과도하게 늘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계리적 가정 값을 보수적으로 잡도록 지침을 정한 것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적용 '시점'이 문제가 됐다. 금융당국은 이미 작성한 재무제표는 그대로 두고 3분기 장부부터 새로운 지침을 적용하는 '전진법'을 원칙으로 삼았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들이 반발한 것이다. 계리적 가정값을 바꾸면 보험계약마진(CSM )과 함께 순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전진법 적용 시 3분기 실적이 크게 줄어 전년 동기 대비 혹은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감소 규모가 너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특히 상장사의 경우 갑자기 실적이 급감하면 주가에도 충격을 준다는 점도 고민거리였다. 이에 당국은 지난 7월 올해에 한정해 수정소급법을 허용해주기로 결정했다.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은 DB손보의 1분기 보험영업순익은 4578억원, 2분기는 4535억원이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을 소급해 적용해 다시 산출한 결과 1분기 순익(4419억원), 2분기 순익(4341억원)은 각각 3%, 4% 감소했다. 상반기 전체로 놓고 보면 4%(353억원)가 줄어든 것이다. 

이에 올해 3분기 보험영업순익을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기 전에 발표했던 2분기 실적과 비교해보면 9% 넘게 줄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구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더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DB손보가 처음으로 수정소급법을 적용하면서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나머지 보험사들 중 상당수가 같은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내일 실적발표회를 여는 현대해상도 수정소급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해상은 그간 대규모 예실차(예상과 실제의 차이) 손실을 입었기에 가이드라인 적용에 대한 충격도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수정소급법을 활용해 실적 감소 규모를 어떻게든 줄일 것이란 관측이다. 

매각을 앞둔 롯데손해보험도 수정소급법을 적용할 확률이 있다. 롯데손보는 올해 상반기까지 수익성이 업계 상위권이었기에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실적 변동이 클 것이란 지적이 있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장기보험부채 가운데 CSM 비율이 약 50%에 달한 것이다. 이는 DB손보와 함께 업계 상위권 수준이다. 계리적 가정값을 유리하게 설정해 수익성이 높게 나온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DB손보 관계자는 "일회성 요인으로 순이익은 다소 감소했지만 3분기 동안 CSM은 3700억원(누적 8500억원)늘었다"며 "CSM 잔액 기준 12조6000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을 나타냈고, 자동차보험 손익 성장이 뒷받침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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