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 기업’ 제이엘케이 대표, 임원 주식 매도에 사과문 올려
내부자 주식 매도 이후 주가 급락하는 사례 연이어 나와
올해 안에 사전공시제 도입 예정···부작용 예방해야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대주주나 임원들의 주식 매도가 악재로 작용해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연이어 나오는 가운데 입법 추진 중인 내부자 사전공시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전공시제를 통해 갑작스러운 주가 하락을 방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임원과 주요주주의 주식 처분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면서 주가 하락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내부자 주식 매도 이슈 지속···대표가 사과문 올린 사례도
1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의료 AI(인공지능) 기업 제이엘케이의 김동민 대표는 최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현직 비등기 임원이 개인적 사정으로 보유 주식을 장내 매도했다는 것을 미리 인지해서 막지 못했다”며 “주주와 투자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라고 밝혔다.
제이엘케이의 주가가 지난 6일 이후 30% 넘게 하락했는데, 이 배경에 임원들의 매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투자자들의 성토가 닿은 것이다. 앞서 제이엘케이의 비등기 임원인 이명재 부사장과 강신욱 부사장은 이달 6일부터 10일까지 5거래일에 걸쳐 각각 1.51%가량 주식을 장내 매도했다. 두 부사장은 이를 통해 총 115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통상 대주주와 특별관계자, 임원 등 내부자의 주식 매도는 고점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제이엘케이의 경우 뇌졸중 솔루션인 ‘JBS-01K’의 비급여 수가 호재에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더욱 컸다. 실제 제이엘케이는 호재 속에 지난달 24일 1만6120원에서 이달 6일까지 95% 넘게 상승했었다.
이 같은 내부자의 주식 매도 이슈는 이뿐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액 투자자 사이에선 보호책 마련 촉구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1년 류영준 당시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IPO(기업공개) 한 달 뒤에 23만주의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하고 장내 매도해 458억원의 이익을 실현했다. 이후 주가가 급락하자 소액 투자자들이 분노했고 이 전 대표는 사과와 함께 물러난 바 있다.
◇ 내부자 사전공시제 곧 등장···실효성 및 부작용 논란은 여전
회사 내부자의 주식 매도는 사후적으로 공시된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에게 불리한 게임이라는 인식이 제기돼 왔다. 내부 정보를 잘 아는 내부자들이 주식 매도하고 이것이 주가 하락을 촉발할 경우 소액주주들이 손 쓸 방도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내부자가 사전적으로 주식 매도 계획을 밝히는 ‘내부자 사전공시제’ 도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부자거래 사전공시 제도 등의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임원이나 주요주주가 특정증권을 거래할 때 거래목적, 거래가격, 거래수량, 거래기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거래 전 30일 이상 90일 이내 기간까지 각각 증권선물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사전공시제도를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내부자거래 사전공시를 통해 내부자 주식거래의 정보 투명성이 높아지고 일시적인 물량 출회를 막아 시장 충격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사전공시가 주로 나오게 될 것이라는 점, 내부자 매도 공시 이후 주가를 띄우려는 노력이 나올 수 있다는 점 등도 기대 요인으로 꼽고 있다.
다만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사전 공시제도가 ‘조삼모사(朝三暮四)’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부자가 주식을 매도하겠다는 사전 공시와 이미 매도했다는 공시 모두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료로 시점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본질적으로 주가 하락을 막는 제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개인의 주식 처분권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다. 상장사협의회는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과의 간담회에서 내부자거래 사전공시 제도가 임원과 주요주주의 주식 처분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이러한 까닭에 더욱 세밀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와 같이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제도들이 마련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쉽지 않고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보다 디테일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내부자 주식거래 사전공시 역시 이 같은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