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자로와 같은 성분 티르제파타이드, 함량 달리해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로 승인
젭바운드 주1회 72주 투여···체중 20%이상 감소, 위고비는 68주 투여 때 14.9%↓
모건스탠리 "세계 비만 시장 규모 2030년 103조원 달할 것"···경쟁 치열해질 전망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며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젭바운드는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선두주자인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보다 체중감량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FDA는 8일(현지시간) “비만이나 과체중 성인의 비만 치료를 위해 젭바운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젭바운드의 주성분은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로, 앞서 일라이 릴리가 FDA 승인을 받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와 같은 성분이다.
마운자로는 식후에 분비되는 ‘GLP-1(Glucagon-like peptide-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호르몬에 작용한다. GLP-1 호르몬을 모방해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높인다. 이는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당초 2형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도 개발됐다. 주 1회 주사로 체중을 감량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이번 젭바운드의 FDA 승인은 평균 체중이 231파운드(약 105kg)인 총 253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두 건의 3상 임상시험에 기반해 이뤄졌다. 비만 환자가 매주 1회 72주간 젭바운드를 투여한 결과 체중이 평균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르제파타이드의 최고 용량(15mg)을 투여한 환자들은 72주 후 평균 48파운드(22kg, 20.7%)의 체중을 감량했다.
가장 낮은 용량(5mg)을 복용한 환자들은 평균 34파운드가 감소했으며, 위약을 복용환 환자는 평균 7파운드를 감량했다. 또한 티르제파타이드 최고 용량을 복용한 환자 중 3명 중 1명은 58파운드 이상을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르제파타이드를 복용한 환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되고 혈압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었다.
이는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보다 뛰어난 효과다. 위고비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매주 1회 68주간 진행한 임상에서 평균 14.9%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FDA는 앞서 노보노디스크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각각 2017년과 2021년에 승인했다.
이에 대해 글로벌 제약 전문지 피어스 파마는 “비만 치료를 위한 빅파마 경쟁에서 노보 디스크는 초반에 선두로 치고 나갔지만, 일라이 릴리가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FDA의 승인으로 일라이 릴리가 노보노디스크의 블록버스터 듀오인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오젬픽이 3분기에 34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위고비 매출액은 14억 달러였다.
릴리는 젭바운드에 대해 월 1059.87달러를 청구할 예정이다. 이는 경쟁약인 위고비의 1350달러보다 약 20% 낮은 가격이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 릴리 최고경영자는 이에 대해 “가장 저렴한 경쟁사의 정가보다 약 20%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민간 보험이 있는 특정 환자들을 위한 가격할인 프로그램 등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비만 치료제는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올해 노스캐롤라이나와 인디애나 주에 위치한 제조 시설을 확장했다. 이에 따라 1년 전보다 두 배 정도 생산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노보 노디스크 측 역시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한편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세계 비만 시장 규모는 770억달러(10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