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주관사 선정 후 본격 움직임 부재···동국 “증시 상황 좋지 않아 연기”
루닛 신제품 미출시로 신사업은 착수 못해···업계 “2025년 매출 1조 목표와 관련, 내년 상장”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지난 2021년 준비가 시작된 동국생명과학 IPO(기업공개)가 올해도 불발됐다. 이에 내년에는 동국생과가 본격적으로 IPO를 진행할 지 주목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국생명과학이 그동안 준비해왔던 IPO가 올해를 넘길 예정으로 파악된다. 올해는 사실상 본격 착수가 어렵고 내년 이후로 연기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당초 동국생명과학은 지난 2021년 4월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KB증권을 선정하며 IPO 준비에 착수한 바 있다. 이후 2022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IPO 일정에 돌입했지만 시장 환경 변화 등으로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올해도 내부적으로 IPO 준비작업을 진행했지만 본격화는 내년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사실상 IPO를 두 번 연속 연기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한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동국생명과학 IPO를 본격 진행하지 않은 사유는 증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국생명과학은 지난 2017년 동국제약 조영제 사업 부문이 물적분할해 설립된 업체다. 이같은 배경을 갖고 있는 동국생과는 현재 국내 조영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매출은 2017년 505억원에서 2022년 1072억원으로 두 배 넘게 성장했다. 참고로 조영제는 영상진단 검사 또는 시술 시 특정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인체에 투여하는 약물을 지칭한다.
이처럼 조영제 시장 1위인 동국생명과학은 매출 증대와 사업 확대를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주력했다. 실제 동국생과는 진단장비 사업에 진출하며 지난 2018년부터 ‘루닛’의 흉부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 폐 결절로 의심되는 부위를 검출하는 ‘루닛 인사이트 씨엑스알’과 유방촬영술 영상에서 유방암 소견을 검출하는 ‘루닛 인사이트 엠엠지’ 등 제품을 판매해왔다. 특히 올해는 인공지능으로 병변을 검출하는 루닛의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 신제품 판매를 신사업으로 결정, 추진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동국생명과학은 조영제 전문업체로 충분히 가치를 갖고 있지만 동국제약은 조영제에 신사업까지 총괄하는 회사로 확대해 상장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루닛 신제품 판매를 기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단, 동국제약에 따르면 루닛의 신제품은 아직 출시가 되지 않은 상태로 확인됐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출시 전이지만 루닛은 관련 학회나 전시회에서 제품을 홍보하고 있는 상태”라며 “동국생명과학은 국내 판권을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국제약이 자회사인 동국생명과학 IPO를 추진한 것은 그룹 매출 등 경영실적과도 일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국제약그룹은 오는 2025년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동국제약은 지난해 말 기준 동국생명과학의 56.1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향후 동국생과가 상장되면 동국제약이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고 여기서 획득한 재원을 토대로 다른 관계사나 사업에 투자해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동국제약그룹이 예정대로 2025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경우 계열사 인 동국생명과학이 상장한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으로 주목받으면 그룹의 대외적 신인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며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그룹이 동국생과의 IPO 진행을 최소한 2024년에는 본격화할 가능성이 관측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업계 관측에 대해 동국제약은 원칙론적 입장을 강조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증시 상황에 따라 동국생명과학 IPO를 추진하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며 급한 상황도 아니다”라며 “신제품 판매에 돌입하지 못한 상태는 맞지만 동국생과 IPO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IPO는 내년에도 추진하며 대표 주관사와 공동 주관사는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결국 동국생명과학 IPO는 증시 상황이 일차적으로 시기를 결정할 전망이다. 하지만 회사의 입장 표명과 달리 2025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동국제약그룹은 여러 정황상 내년에는 IPO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아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