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 패치형 비만치료제 개발 속도
대웅·대원제약, 내년 임상 1상 전개 본격화
"투여 편의성 내세워 환자 접근성 개선"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최근 비만치료제가 업계 핫 키워드로 부상한 가운데 투여 편의성을 개선한 붙이는 형태의 비만치료제 개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비만치료제들은 주사제 형태로 개발돼 투여에 불편함이 있었다. 국내사들은 이를 패치형으로 개발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GLP-1’ 계열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드는 국내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 당뇨 및 비만치료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면서다. 기존 비만치료제보다 더 나은 약을 개발하려는 다국적 기업들의 의지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업계는 기존 주사제 방식을 개선해 환자 투여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제형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GLP-1 계열 치료제는 처음에는 2형 당뇨병 치료제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서 당뇨 환자의 혈당을 낮추는 효과를 내기 위해 개발됐다. 연구를 통해 식욕 억제와 체중 감소에도 효과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에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했다.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GLP-1 비만치료제로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와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삭센다만 유일하게 판매 중이다. 삭센다는 1일 1회 투여,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1주 1회 투여 방식이다.

세계비만재단은 전 세계 비만 인구가 2020년 9억8800만명에서 2035년 19억140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모건스탠리는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가 지난해 24억달러(약 3조원)에서 오는 2030년 540억달러(7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패치형 비만치료제 개발 현황./ 표=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패치형 비만치료제 개발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1일 1회 주사 방식의 삭센다보다 투여 주기를 길게 한 제품들이 시장에 나온 만큼, 후발주자인 국내사들은 차별화된 개발 전략을 내세워야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국내 기업들이 패치형 비만치료제 개발로 눈을 돌린 이유다. 주사제의 한계를 뛰어넘어 피부에 붙이는 형태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대원제약은 마이크로니들 전문기업 라파스와 협력해 패치형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약물을 제공하고, 라파스는 독자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활용해 패치제로 제작한다. 마이크로니들은길이가 1mm 이하인 미세한 바늘로 피부를 통해 약물을 전달하는 경피 약물전달 기술이다. 피부에 부착하면 미세바늘이 피부 각질층을 통과해 녹으면서 약물이 주입된다.

대원제약은 지난 8월 라파스와 공동 개발 중인 마이크로니들 패치 비만치료제 ‘DW-1022’의 임상 1상시험 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신청했다. 대원제약과 라파스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주사제를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 패치 완제의약품의 제제 개발을 담당한다. 그동안의 연구를 기반으로 임상 1상은 대원제약이 주관할 예정이다. 대원제약 측은 “지난 8월 식약처에 국내 1상 IND를 신청한 상태”라며 “임상 승인 이후 1상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웅제약도 이달 GLP-1 유사체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 비만치료제 개발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개발 중인 마이크로니들 비만치료제는 1주일에 한 번 붙이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내년 초 임상 1상을 시작해 2028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 중이다. 앞서 대웅제약은 R&D 전문 계열사 대웅테라퓨틱스를 통해 자체 플랫폼 ‘클로팜’을 활용한 GLP-1 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마이크로니들 패치에 대한 비임상을 완료했다.

동아에스티는 주빅과 손 잡고 마이크로니들 당뇨·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주빅이 마이크로니들 제형화 및 품질분석을 진행하면 동아에스티가 원료공급 및 동물실험을 맡는다. 아직 본임상 단계에 진입하진 않았지만, 올해 초 양사는 본격적인 개발을 위해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동아에스티와 주빅은 2020년부터 호르몬제의 제형화 공동 연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동아에스티 측은 “현재 동물실험을 통해 성능 입증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당뇨 및 비만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면서 개인적인 관리 차원이 아닌 의료적 접근이 증가하는 추세”며 “아직까지 비만치료제는 주사제로 개발된 제품들이 대세인데, 매일 혹은 매주 자가 주사하는 방식이다 보니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는 신약 수요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로니들 제형으로 개발된 비만치료제는 보관이 편하고 환자들의 통증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일 것”이라며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트렌드가 투여, 투약 편의성을 개선한 개량신약으로 관심이 이어지면서 비만치료제 개발에서도 이런 접근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