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1조5051억원···전년比 58.4% 증가
고금리 장기화로 차주 이자부담 증가···대환 수요 늘어
대환대출, 회수 가능성 낮아···카드사 건전성 관리에 악영향

카드업계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드업계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고금리 장기화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늘어나자 대환대출로 기존 카드론 연체를 막으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카드론 자산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50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9598억원) 대비 58.4% 증가한 규모다. 전월(1조3792억원)과 비교하면 1341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한달 만에 1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 연체자를 대상으로 상환할 자금을 다시 빌려주는 상품이다. 대환으로 만기를 조정해 단기적으로 연체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일반적으로 기존 대출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대환대출 잔액 증가세는 점점 가팔라지는 추세다. 지난 3월과 4월까지만 해도 젼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각각 4.3%, 8.3%로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5월부터 증가율이 확대되면서 37.9%로 뛰었다. 이후 6월에는 증가율이 48.2%로 올라선 데 이어 9월에는 60%에 육박한 상태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403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카드는 두 번째로 많은 3723억원으로 집계됐으며 뒤이어 현대카드(2342억원), 우리카드(1964억원), 삼성카드(1214억원), 롯데카드(930억원), 하나카드(845억원) 순이었다.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카드로 1년 새 565.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우리카드(75.4%), 현대카드(70.8%) 등도 70%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카드론 대환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배경에는 고금리 장기화로 카드론을 이용하는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9월 말 기준 7개 카드사가 취급한 카드론의 적용 금리대별 회원분포현황을 살펴보면 카드론을 이용하는 차주의 평균 55.7%가 14% 이상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론 전체 이용고객 중 절반 이상의 차주가 고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카드론 대환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카드사의 건전성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연체를 청산하는 것이 아닌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성격의 상품이라는 점에서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대출 자산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늘어날 경우 카드사의 건전성 지표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대환대출은 연체 이력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존 대출보다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며 “기존 대출의 상환이 어려워 이미 연체를 겪었던 차주가 더 높은 금리의 대출을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차주들의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환대출은 연체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더 큰 부실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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