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 5대 은행 요구불예금 598조원···한달 새 10조원 감소
은행권 연 4%대 고금리 예금 속속 등장···정기예금으로 자금 유입
3분기 NIM 전반적으로 하락···저원가성 예금 감소로 조달비용 증가 우려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의 감소세가 하반기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은행권 예금금리가 최고 연 4%대까지 오르면서 정기예금에 자금이 몰린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줄어들면서 은행권의 수익성 둔화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598조12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608조1349억원) 대비 10조95억 줄어든 규모다. 전년 동기(641조8091억원)와 비교하면 6.8%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 20조원 이상 급감하는 등 하반기 들어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이후 감소세가 둔화되면서 9월에는 한달 새 10조1698억원 증가했으나 10월 들어 다시 감소세로 전환해 600조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최근 은행의 정기예금 최고금리가 연 4%대까지 오르는 등 고금리를 내건 예금 상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 매력도가 낮은 요구불예금에서 예치금이 줄어들고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은행권 1년 만기 정기예금 38개 중 최고금리가 연 4.0% 이상인 상품은 19개에 달한다. 5대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 등이 최고 연 4.05% 금리를 제공한다.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예금 잔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10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55조9742억원으로 전월(842조2907억원) 대비 13조6835억원 급증했다. 지난 7월과 8월 증가액이 각각 10조7070억원, 11조986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확대된 셈이다.

문제는 요구불예금이 줄어들고 정기예금이 증가하면서 은행권의 조달비용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으로 금리가 연 0.1% 내외 수준이다. 사실상 금리가 제로(0)에 가까운 저원가성 예금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요구불예금이 많을수록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전체 수신 중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들면 그만큼 은행의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게 되고 이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저원가성 예금과 은행의 수익성 간의 상관관계는 순이자마진(NIM) 지표에도 드러난다. 실제로 5대 은행 중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KB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3분기 NIM이 1.84%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1.76%)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나머지 은행들은 모두 NIM이 1년 새 일제히 하락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 1.68%에서 올해 3분기 1.63%로 0.05%포인트 떨어졌으며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1.62%에서 1.57%, 우리은행은 1.62%에서 1.55%로 내려갔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예금금리가 오르면 요구불예금에 자금을 예치해 둔 고객들이 높은 금리를 찾아 예금 상품으로 자금을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정기예금이 늘어나고 요구불예금이 줄어들면 전체 수신 중 저원가성 예금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은행의 조달비용이 증가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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