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달리 압도적 순이익 1위 증권사 없어
4분기에 몰아 쌓는 충당금이 실적 변수로 꼽혀
브로커리지 비중 높은 증권사는 시장 회복 여부가 관건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증권사들의 올해 실적 1위 싸움이 안갯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증권업황 악화에 충당금 이슈까지 겹치면서 실적 불확실성이 증대된 까닭이다. 해외 투자 부동산과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추가 충당금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시장 회복 여부가 올해 증권사 실적 순위를 가를 주요 요소로 평가된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3분기 실적을 놓고 증권사 간 희비가 갈리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순이익이 증가한 증권사가 있는 반면 대규모 충당금 탓에 적자로 돌아선 사례도 나온다. 이로 인해 증권사 실적 순위도 분기마다 요동치는 모습으로, 특히 증권사 실적 1위 자리도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올해 실적 1위 가능성이 컸던 키움증권은 대규모 일회성 손실 위험에 몰렸다. 키움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627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올랐다. 그러나 하한가 사태를 기록한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 손실이 4분기에 반영될 예정이어서 사실상 1위는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지난 6일 기준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미수금 4943억원 가운데 반대매매로 610억원을 회수한 상태다.

지난해 증권사 순이익 1위를 기록했던 메리츠증권은 올 들어선 주춤한 상태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가량 줄어든 362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업계 상위 여섯 번째 순위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등에 따른 IB(투자은행)부문의 수익 감소 영향으로 3분기와 4분기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실적 없이는 1위 수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표=김은실 디자이너.
표=김은실 디자이너.

업계 1위 싸움의 단골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업황 악화와 충당금 이슈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4310억원의 순이익으로 업계 1위로 올라섰으나, 증권가 일각에선 부동산PF나 해외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에 따른 충당금 추가 설정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상반기 379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데 이어 3분기에는 1397억원의 순이익 컨센서스(전망치)가 형성돼 있다. 전망치대로 실적이 나온다면 업계 2위 실적이다. 다만 일부 증권사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 따른 충당금 설정, CJ CGV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사채 평가손실 등 반영으로 3분기 실적이 전망치를 밑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해외 부동산 및 부동산PF 비중이 작아 충당금 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삼성증권의 경우 브로커리지 시장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으로 555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키움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성과를 냈다. 브로커리지 수익이 지난해 대비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올해 4분기 들어선 브로커리지 수익과 연결되는 증시 거래대금이 감소한 상황이다.

이에 일찌감치 순위가 정해졌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4분기 성적표까지 나와야 실적 1위가 가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상 4분기에 자산재평가 손실을 몰아서 반영한다는 점에서 실적을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증권시장도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어느 증권사가 한 해 농사를 잘했는지는 끝까지 가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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