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장기 이식시 '면역거부반응'과 '인수공통전염병' 제어 중요
형질전환, 돼지만 있는 유전자 제거·인간유전자 돼지 삽입 작업
옵티팜 "형질전환 8개 보유···오는 2024년까지 10개 기술 목표"

./이미지=셔터스톡,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이미지=셔터스톡,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세계에서 두 번째로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면역거부반응으로 사망했다. 면역거부반응은 다른 종의 동물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을 때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다.

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두 번째 환자가 이식 6주 만에 사망했다. 미 메릴랜드 의대는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간)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로렌스 포시트(58세)가 전날 사망했다고 밝혔다.

말기 심부전을 앓던 포시트는 복합 질환으로 상태가 좋지 않아 심장 이식 프로그램에서 거부당했다. 이에 위급 환자에게 실험적인 시술을 허용하는 ‘동정적 사용’ 절차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이종 이식을 위한 긴급 허가를 받았다. 이후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었으나, 급작스러운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나며 6주 만에 사망했다.

해당 사례처럼 다른 종의 동물로부터 장기나 조직, 혹은 세포를 이식하는 것을 이종장기이식이라고 한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회복이 어려워 장기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인 장기부전 환자 수에 비해 장기기증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사람의 장기 대신 장기부전 환자 치료를 위한 이종장기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돼지 장기 이식 상용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돼지 심장은 사람 심장 크기의 94%에 달하고, 해부학 구조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만 돼지 장기 이식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2가지 주요 문제가 있다.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의 2가지 주요 문제는 ▲면역거부반응 ▲인수공통전염병이다.

먼저 면역거부반응을 줄여야 한다. 사람의 몸에는 면역 체계가 존재한다. 다른 물질이 인체에 들어오면 일으키는 강력한 거부반응으로, 면역거부반응이라고 한다. 돼지 장기 이식 시 인체의 면역거부반응을 감소시켜야 한다. 다만 면역거부반응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어가 필요한 다른 한 가지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에 걸리는 병이 사람에 옮겨온 사례다. 이에 따라 사람과 돼지가 모두 걸릴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제어돼야 한다.

포시트는 면역거부반응이 사망 원인이었다. 돼지 바이러스 감염 사례도 있다. 지난해 1월 세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말기 심장병 환자 데이비드 베넷(57)은 이식 수술 2개월 후 사망했다. 이식 후 초기에는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사망 후 부검을 통해 돼지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두 가지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은 ‘형질전환’이다. 인체 면역 체계가 돼지로 인식하지 않게끔, 사람에게는 없고 돼지에게만 있는 유전자를 빼는(넉-아웃·Knock-out) 작업과 인체에 돼지 장기가 들어왔을 때 마치 인간 유전자처럼 느끼도록 인간의 유전자를 돼지에 먼저 넣어주는 작업(넉-인·Knock-in)을 형질전환이라 이른다.

앞선 수술에서도 형질전환이 이뤄졌다. 두 사례 모두 바이오 기업 리비비코어가 돼지 심장을 제공했다. 포시트의 수술에서 리비비코어는 이종이식의 벽 중 하나인 면역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유전자 가위로 3개의 돼지 유전자를 잘랐다. 또한 면역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돼지에 인간 유전자 6개를 삽입했다. 즉 넉아웃 3개와 넉인 6개가 이뤄졌다.

동시에 이식한 심장이 비대해지지 않도록 성장 호르몬 수용체를 제거하는 등 성장 유전자도 차단했다. 아울러 면역거부반응 감소를 위해 면역 억제제를 사용했다. 지난해 이뤄진 수술에서는 유전자 10개를 교정했다.

국내 기업도 형질전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옵티팜은 현재 8개의 형질전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오는 2024년까지 총 10개 유전자 변형이 목표다. 넉인 6개와 넉아웃 4개를 진행한다는 목표다. 옵티팜 관계자는 “8개의 형질전환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각사별로 형질 전환을 하는 개수는 다르지만 10개 전후 정도 되면 형질전환 돼지는 세계 정상급으로 만든다고 볼수 있다”고 말했다.

옵티팜은 현재 췌도(세포가 모여 섬처럼 보이는 내분비 조직), 고형장기, 혈액 등이 이종 장기 연구를 진행 중이다. 가장 진도가 앞서 있는 것은 췌도다. 지난 3분기부터 비임상 실험에 들어갔다. 영장류를 대상으로 하는 비임상 실험을 위해 돼지의 췌도 세포 분리, 소동물 이식 실험(돼지 췌도 세포 마우스 이식), 3~4마리의 영장류를 대상으로 형질전환 돼지의 췌도 세포를 이식한 파일럿 테스트 과정을 거쳤다.

비임상 실험에서 세계이종장기학회 기준에 따라 췌도의 경우 비임상 실험에서 영장류 8마리 중 5마리 혹은 6마리 중 4마리가 6개월 생존하고, 그중 1마리가 1년 생존한다면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 신청이 가능하다.

해당 기준에 따라 옵티팜은 지난 3분기 시작부터 원숭이 실험을 진행 중이다. 옵티팜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마리씩 원숭이에 실험을 진행 중이다”라며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4년 4분기 임상 시험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2026년 임상 2상에 들어가고, 2027년엔 조건부 허가를 받는다는 목표다.

신장 등 고형 장기 연구도 진행 중이다. 다만 국내에는 고형장기와 관련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의 경우 심장은 대안이 없는 경우에 한해 미 FDA의 긴급허가를 받아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뇌사자를 사망했다고 봐 신장 이식은 주로 뇌사자에 이뤄진다”며 “국내와 법과 체계가 다른 부분이 있으며, 고형장기에 대한 실험과 시험 가이드라인은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부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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