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잔액 3개월 만에 하락세 전환···올해 들어 감소폭 가장 커
신용점수 500점 이하 고객 대상 카드론 취급 중단
여전채 금리 5%대 육박···“조달금리 상승에 역마진 우려 확대”

9월 말 카드업계 카드론 금리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9월 말 카드업계 카드론 금리 현황.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카드사들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여전채 금리가 나날이 치솟으면서 카드사들의 조달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카드사들이 역마진을 우려해 대출 취급을 옥죄는 가운데, 카드론의 경우 저신용 차주 대상으로 대출 취급을 중단하면서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5조5725억원으로 전월(35조8443억원) 대비 2718억원 줄었다.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 6월부터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올해 들어 한달 만에 카드론 잔액이 20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드론 잔액 감소에는 카드사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론을 주로 이용하는 중·저신용자의 대출 취급을 대폭 줄이면서 카드론 취급이 축소됐고 그 결과 잔액도 뒷걸음질 친 것이다.

특히 신용점수가 낮은 고객에게는 대출을 내주지 않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 모두 신용점수 500점 이하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론을 취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인 8월까지만 해도 KB국민카드가 401점~500점 구간의 고객에게도 카드론을 내줬지만 다음달 국민카드도 해당 신용점수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카드론 판매를 중단했다. 신용점수 500점 이하의 저신용자에게는 카드론 이용 기회가 막힌 셈이다.

저신용 차주를 대상으로 카드사들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근 이유는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여전채 금리가 대폭 오른 탓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AA+ 등급 여전채 금리는 4.619%로 집계됐다. 3월 말 당시 3.8%대였던 금리가 반년 만에 0.8%포인트가량 치솟았다. 금리 상승세가 점점 가팔라지면서 10월 말에는 4.938%를 기록하며 5%에 다다른 상태다.

카드사들은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카드론·현금서비스와 같은 대출 사업과 가맹점 대금 지급 등을 위한 운영자금의 상당 부분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때문에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7개 카드사의 여전채 조달 비중은 65.2%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통상적으로 저신용 차주들은 고신용자보다 연체 위험이 높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그만큼의 대손비용을 대출 금리에 반영해 저신용 차주에게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면 대출 원가가 늘어나는 만큼 이를 반영해 대출 금리를 높여야 하지만 저신용 차주들의 경우 이미 금리가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육박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를 더 올리기 어렵다. 결국 카드사들은 역마진 가능성이 높은 저신용자 대상으로 대출 취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금리는 계속해서 오르는데 대출 금리는 법정 최고금리(20%) 이하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조달금리 상승에 맞춰 금리를 쉽게 올릴 수 없다”며 “저신용 고객의 경우 연체 위험 등을 감안해 이미 법정 최고금리에 가까운 금리를 적용받고 있어 금리를 올릴 여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저신용자 대상으로는 조달비용이 늘어도 대출 금리를 올릴 수 없기 때문에 대출을 판매할수록 오히려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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