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에코프로 주가 급락에 10월 수익률 30% 홀로 독주
출시 당시 애널리스트 “2차전지 투심 악화 및 공매도 증가” 현실화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지난 9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도 KB자산운용이 자신 있게 출시했던 2차전지 인버스 ETF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수익률은 약 30%에 달했고 순자산총액도 100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지난 9월 상장 당시와 비교하면 수익률은 약 40%이고 순자산총액은 10배로 늘어났다.
2차전지 인버스 ETF 출시 당시 여의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2차전지 업종 전반에 대한 투심 악화와 대차거래 확대 영향으로 2차전지 종목 및 ETF 하락세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2차전지 인버스 ETF 출시 이후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 KB자산운용 2차전지 인버스 ETF ‘고공행진’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의 순자산총액은 전날 기준 996억원에 달했다. 지난 10월 4일 당시에는 817억원이었는데 한 달 만에 179억원이 늘어났다.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는 지난 9월 12일 상장 당시 순자산총액(신탁원본액)이 100억원이었다. 상장한 지 두 달이 되기 전에 순자산총액이 10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는 2차전지 하락에 베팅하는 국내 최초 인버스 ETF다. 장외파생 스왑 계약을 통해 iSelect 2차전지 TOP10 지수를 역으로 1배 추종한다. iSelect 2차전지 TOP10 지수의 주요 구성 종목은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SK이노베이션, 엘앤에프 등이다.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는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수익률에서 국내 2차전지 관련 ETF 가운데 홀로 고공행진했다. 10월 4일부터 11월까지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 주가는 29.49% 상승했다.
반면 KB자산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운용사들의 2차전지 관련 ETF는 대부분 20% 이상 주가가 급락했다. 다른 자산운용사의 2차전지 관련 ETF에는 인버스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를 제외한 다른 자산운용사들의 2차전지 ETF의 순자산총액도 크게 감소했다.
2차전지 ETF 순자산총액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테마 ETF’는 10월 한 달 동안 순자산총액이 무려 1774억원 줄었고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 ETF’도 순자산총액이 1223억원 감소하면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 “투심 악화·공매도 부추길 것” 증권가 예상 적중?
KB자산운용이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를 출시할 당시 KB자산운용은 헤지거래 필요성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2차전지 종목들의 주가 하락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반발했다..
개인투자자들뿐만 아니라, 몇몇 여의도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도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 출시가 2차전지 종목들의 주가 하락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슷한 전례가 미국 증시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을 가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의 ARKK ETF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테슬라 등 기술주 위주의 투자포트폴리오에 힘입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2021년 11월 ARKK ETF의 역방향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인 SARK ETF가 출시됐다. 이후 ARKK ETF 주가는 맥을 못 추기 시작했다. ARKK ETF는 SARK 상장 이후 6개월 동안 주가가 65.9% 하락했다.
최병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RKK와 2차전지, 에코프로는 급상승 이후 하락해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횡보 혹은 재차 하락하는 상황에서 인버스 ETF가 출시했다는 점에서 상황이 서로 유사하다”며 “인버스 ETF 출시 이후 길게는 6개월 이상 하락이 지속됐는데 수급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종목별 분석 및 다른 인버스 ETF 를 살펴봤을 때 투심(센티먼트)에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며 최소한 향후 주가 하락과 상관성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 출시 당시 2차전지 종목들에 대한 공매도를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ARK ETF의 경우 ARKK ETF의 CFD 상품을 활용하여 벤치마크의 –1배를 추종했는데 2차전지 ETF도 이와 유사한 지수스왑 체결을 통해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며 “테마 ETF는 상장된 지수선물이 없어 대차거래 또는 개별주식선물 거래 중심으로 지수를 추종해야 하는데 에코프로 등은 개별주식선물이 없고 국내 개별주식선물 거래 유동성도 부족하기에 인버스 ETF 매수가 증가한다면 대부분은 대차거래를 활용한 공매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