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최대어’ 이문아이파크자이, 1순위 마감 실패
고분양가 발목···“집값 반등 주춤·고금리 장기화에 관망”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하반기 청약 대어로 꼽히던 ‘이문 아이파크 자이’가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하면서 서울 분양시장에도 침체 경고등이 켜졌다. 이곳은 초역세권에 4000가구 대단지로 흥행 성공 여부가 향후 분양시장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됐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분양가 상승 피로감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 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문 아이파크 자이’ 1순위 일반청약 결과 787가구 모집에 1만3280명이 청약을 신청하며 평균 경쟁률이 16.87대 1에 그쳤다. 17개 주택형 가운데 3개 주택형(59㎡E·84㎡D·84㎡E)은 1순위에서 모집가구수를 채우지 못해 2순위로 넘어가게 됐다. 앞서 특별공급 역시 685가구 모집에 4100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이 5.98대 1에 불과했다.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이문3구역을 재개발한 사업지로 이문·휘경뉴타운에서 규모와 입지 모두 대장주로 평가받는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지상 최고 41층, 25개 동, 4321가구로 탈바꿈 한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 앞 초역세권 단지로 같은 노선인 신이문역도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10대 건설사인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아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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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당초 1순위 청약 마감을 점쳤다. 앞서 이문뉴타운 내 공급된 단지들이 완판 행렬을 이어가서다. 8월 분양한 ‘래미안 라그란데’(이문1구역)는 329가구 모집에 1만7013명이 청약해 1순위 평균 경쟁률이 79.1대 1로 치열했다. 4월 공급된 ‘휘경자이디센디아’(휘경3구역)도 468가구 모집에 3만7024명이 청약하면서 평균 경쟁률 79.11대 1을 나타냈다. 두 단지보다 규모와 입지에서 앞서는 만큼 무난하게 1순위 청약을 마감하지 않겠냐는 관측이었다.

시장 예상과 달리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건 비싼 분양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문아이파크자이는 3.3㎡ 분양가가 3550만원으로 확정됐다. ‘국민평형’으로 꼽히는 전용면적 84㎡의 평균 분양가는 12억원, 전용 59㎡는 9억원 수준이다. 이는 먼저 공급된 단지의 분양가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다.

실제로 휘경자이디센시아는 전용 84㎡ 기준 최고 분양가격이 9억7600만원(3.3㎡당 2930만원)이었다. 래미안라그란데는 3.3㎡당 평균 3285만원으로 전용 84㎡ 기준 최고가격이 10억9900만원 수준이다. 이문아이파크자이 전용 84㎡ 일부 고층이 13억원대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같은 지역에서 불과 2개월 만에 2억원 넘게 뛴 셈이다.

업계에선 수도권뿐 아니라 서울 청약시장에서도 수요자들이 고분양가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단 관측이 나온다. 실제 최근 들어 분양 계약을 무더기로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구로구 ‘호반써밋개봉’은 일반분양 1순위 평균 경쟁률이 25.23대 1로 흥행했지만 물량의 38%가 계약을 포기해 70여가구가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풀렸다. 같은 날 공급한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일반분양 771가구 중 절반 이상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두 단지 모두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비싸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선 두 단지에 이어 이문아이파크자이까지 흥행에 실패하면서 앞으로 서울 분양시장 분위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집값 반등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권이나 용산 등 주요 지역이 아니면 비싼 분양가를 납득시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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