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AML 치료제 투스페티닙+베네토클락스 병용요법 임상 결과 공개
바이젠셀, VT-Tri(1)-A 임상 1상서 투약 용량 늘려 안전성 확인
파로스아이, AML치료제 PHI-101 다국가 임상 1b상···내년 2상 진입 기대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급성골수성백혈병(AML) 개발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의 임상 성과가 주목된다. 한미약품, 바이젠셀, 파로스아이바이오는 개발 중인 AML 치료제에 대한 치료목적 사용승인과 FDA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조기 상용화 기대감을 키운 바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바이젠셀, 파로스아이바이오가 AML 치료제 개발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분류되는 AML은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만큼, 혁신 치료제 탄생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이란 골수에 형성된 악성종양성 질환이다. 조혈모세포가 악성 세포로 변해 골수에서 증식하고 말초 혈액으로 퍼져 나와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으로 가장 흔한 형태의 백혈병이다. 급성 백혈병은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1년 내 90%가 사망하는 치명적인 혈액암이다.
AML은 만성골수성백혈병(CML)과 달리 암 유전자 표적이 불확실하거나 가변적이라는 특징 때문에 치료가 매우 어렵다. AML 환자의 50% 이상은 재발을 경험할 정도로 재발률도 높다. 특히 FLT3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예후가 훨씬 더 안 좋다.
FLT3 저해제의 대표 약물인 아스텔라스제약의 ‘조스파타’(성분명 길테리티닙)의 임상 3상 결과를 보면, 투약 환자의 약 30.5%가 재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조스파타 치료 이후 재발과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약 등장 필요성이 대두됐다. 조스파타는 FLT3 변이 양성 재발·불응성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치료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허가받은 표적 치료제다.
한미약품은 최근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투스페티닙’의 업데이트된 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2021년 한미약품은 캐나다 제약사 앱토즈에 투스페티닙을 기술이전했다. 투스페티닙은 앱토즈의 주도 하에 미국 등에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투스페티닙은 골수성 악성 종양에서 작용하는 주요 키나아제를 표적하는 1일 1회 투여 경구용 골수키놈억제제(MKI)다.
한미약품은 투스페티닙이 임상 1·2상에서 기존 약인 ‘베네토클락스’와 병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안전성이 더 좋았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치료제에 대한 내성 억제 효과가 두드러졌다는 설명이다. 투스페티닙 임상 1·2상은 AML 환자 140명을 대상으로 91명에게 투스페티닙 단일요법을, 나머지 49명은 투스페티닙과 베네토클락스를 병용해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투스페티닙과 베네토클락스를 병용할 때 평가 가능한 환자 31명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48%로 나타났다. 이 중 베네토클락스 저항성을 가지는 환자는 81%였다고 설명했다. ORR은 종양 크기가 줄거나 완전히 사라지는 비율을 말한다.
한미약품 측은 “투스페티닙은 급성골수성백혈병에서 발현되는 돌연변이를 표적한다”며 “기존 약물에 대한 내성을 극복하도록 개발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베네토클락스 단독요법으로 AML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투스페티닙 병용요법으로 내성 억제 등 다른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한미약품의 투스페티닙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2018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고 2022년엔 패스트트랙 개발 품목으로 지정됐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은 임상 3상까지 끝내야 시판 허가 신청을 낼 수 있다. 다만 FDA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될 경우, 임상 2상을 마치면 시판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FDA 패스트트랙은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질병에 대한 치료법의 개발을 촉진 및 신속하게 검토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바이젠셀은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VT-Tri(1)-A’의 임상 1상을 전개 중이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한 VT-Tri(1)-A 연구자주도 임상에서 무재발생존율 71%, 2년 재발율 0%의 결과를 낸 바 있다. 지난 7월부터 환자당 투여 횟수를 2회로 늘려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총 7개 기관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VT-Tri(1)-A는 2021년부터 현재까지 총 8건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획득했다. 치료 목적 사용승인은 대체 치료수단이 없거나 생명이 위급한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해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식약처 승인을 받고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바이젠셀 관계자는 “임상 1상 코호트1에서 투여 환자들에게서 큰 이상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며 “코호트2에서는 투약 용량을 늘려 안전성을 확인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PHI-101’을 FLT3 단백질 저해제로 AML 환자 대상의 다국가 임상 1b상을 진행하고 있다. 약물 내성 돌연변이를 포함해 FLT3 돌연변이를 가진 불응성·재발성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타깃으로 한다. 내년 중 미국, 호주, 국내에서 임상 2상 진입을 목표 중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가 발표한 PHI-101 임상 1상 결과에 따르면 28일 주기로 PHI-101을 매일 투여한 FLT3 변이환자에게서 악성골수세포가 평균 87%이상, 최대 98% 줄었다. PHI-101은 2019년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파로스아이바이오 관계자는 “PHI-101이 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만큼 임상 2상 후 조건부 품목허가를 시도할 수 있다”며 “2상 종료 후 조건부 허가로 조기 상용화를 최우선으로 목표 중”이라고 말했다.
AML은 희귀 혈액암임에도 불구하고 블록버스터 시장으로 평가된다. AML 치료제 시장은 2022년 23억 달러(약 3조 1000억원)에서 연평균 성장률(CAGR)은 3.7%씩 성장해 2032년 37억 달러(약 5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AML은 재발률이 높고 내성 관련 이슈로 기존 치료제와 병용요법으로 개발하거나, 새로운 신약 등장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는 분야”라며 “최근에는 기존 저해제에 대한 저항성 돌연변이까지 표적하는 신약 개발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