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 아이폰’ 등장 시 시장 판도 바뀔 수도
견제책 필요하지만 제품 본연의 가치 집중해야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2010년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이래로 삼성전자와 애플은 양강구도 속 치열한 경쟁을 이어왔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각 사 브랜드 충성 고객층이 두껍게 굳어져 있어 이 벽을 누가 조금이라도 더 허물 수 있을지, 또 새로운 시장을 누가 먼저 선점하는지가 양사 간 승부처가 된다.
2년가량 늦게 출발한 삼성전자가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애플을 넘어선 점은 높게 평가할만하다. 조사 기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판매량 기준에서만큼은 삼성전자가 2012년 이후로 작년까지 11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삼성전자가 자꾸 애플에 쫓기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애플의 브랜드 파워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서다.
이런 분위기는 삼성전자가 주도 중인 폴더블폰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2019년 폴더블 폼팩터로 스마트폰의 새 시장을 연 삼성전자는 그간 여러 중국업체 및 구글 등 경쟁사들의 신제품 출시에도 선두 입지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문제는 애플의 등장이다.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애플의 폴더블폰 진출은 사실상 확정이기 때문이다.
각종 시장조사업체와 전자업계는 ‘폴더블 아이폰’의 등장이 현재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폴더블폰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의 첫 폴더블폰 출시 시점을 2025년으로 전망했다. 이후 2027년이 되면 폴더블폰 출하량이 올해 추정치(1830만대) 대비 5배 이상 수준인 1억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조해진 삼성전자는 출고가 100만원 이하의 보급형 폴더블폰 스마트폰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그간 자사의 대표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폴더블폰 시리즈를 내세워 애플과 경쟁해왔다. 회사에서 보유한 스마트폰 중 현재 가장 고가에 해당하는 제품 역시 출고가 222만원(512GB)에 달하는 갤럭시Z폴드5다. 폴더블폰 라인업을 초프리미엄 시장뿐만 아니라 보급형 시장으로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애플의 시장 합류에 대비하겠단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던 시장에 애플이 신규 진출할 때마다 늘 비상등을 켰던 삼성전자다. 애플페이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그랬다. 한국 시장 정식 출시 직전, 삼성전자는 업데이트를 통해 삼성페이의 기능을 대폭 강화한 한편, 3년 만에 대대적인 광고를 추진하는 등 적극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건전한 경쟁은 시장에 좋은 영향을 가져다주지만, 때로는 급한 마음에 제품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지 못하고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지난해 크게 논란이 일었던 GOS(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 사태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업체의 AP 성능을 압도하기 위해 무리했다가 고배를 마신 사례로 평가하기도 한다.
경쟁업체를 의식한 견제책은 분명히 필요한 전략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처음 세상에 내놓았을 때의 초심을 잃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폼팩터 시장을 주도해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자부심, 하드웨어에서의 혁신 기술,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순수한 마음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진심은 결국 통할 것이다. 삼성전자가 소비자를 가장 우선시한다는 목표 의식만 잃지 않는다면 폴더블폰은 물론, 앞으로 새롭게 형성될 또 다른 시장에서도 리더의 지위를 이어갈 역량은 충분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