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한투·NH·삼성·대신證, 올해말·내년 3월 CEO 임기만료
'금융지주 회장 교체'KB·신한證 주목···정영채·장석훈 장기집권할까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최근 국내 1위 증권사 미래에셋증권이 창업자 세대의 용퇴를 포함한 세대교체에 나서면서 다른 증권사 CEO 연임 여부에 시선이 한층 쏠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 말부터 내년 3월까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가 잇따라 다가오고 있다.
KB증권의 김성현, 박정림 대표와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 등은 올해말 임기가 만료되고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는 내년 3월 임기만료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모회사인 금융지주을 이끌던 회장이 바뀐 영향이 인사에 작용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그 외 다른 CEO들은 장기집권에 접어들고 있는데 증권사마다 각자 내부사정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 임기만료 앞둔 증권사 CEO들 ‘긴장’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2조원 이상인 국내 10대 증권사 가운데 올해 말 혹은 내년 3월 CEO 임기가 끝나는 증권사는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 총 6개사다.
KB증권을 이끌고 있는 김성현·박정림 각자대표의 임기는 올해말까지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 역시 올해말 임기가 만료된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다.
김성현·박정림 KB증권 대표는 2018년 12월 선임됐다. 김 대표는 IB부문을, 박 대표는 WM부문을 나눠 맡아 5년 가까이 KB증권을 이끌고 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1년 연임에 성공한 이영창 전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에 신규 선임됐다. KB증권이 IB와 WM을 김성현-박정림 각자대표가 나눠 맡기는 체제와 비슷했다. 하지만 이영창 전 대표가 지난해말 물러나면서 김 대표는 1년 동안 단독대표를 맡아왔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도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정 대표는 2005년 NH투자증권 IB부문 대표를 맡아 13년 동안 IB부문을 이끌었던 IB전문가로서 2018년 3월 대표에 선임됐다. 2020년 3월 첫 연임에 성공했고 2022년 3월에도 2년 연임에 성공하면서 6년 동안 대표를 맡게 됐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도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가 임기다. 한국투자증권은 CEO의 임기를 1년으로 정하고 매년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정일문 대표는 2019년 초 유상호 부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에 올랐고 매년 연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연말에 임원인사를 실시하는데 통상 별도의 발표가 없으면 CEO가 연임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도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장 대표는 부사장이었던 지난 2018년 4월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로 구성훈 대표가 물러나자 그해 7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연임에 성공하며 6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는 전임 대표였던 나재철 사장이 2019년말 제5대 금융투자협회장으로 당선되자 후임자로 2020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2022년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 금융지주 회장 교체·장기집권 피로감 변수
최근 미래에셋그룹은 최근 인사에서 박현주 회장의 오랜 동지인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을 비롯해 조웅기 부회장, 최경주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등 창업 세대가 용퇴하기로 결정했고 50대 임원 6명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미래에셋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실시하면서 타 증권가 CEO들의 인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특히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의 경우 금융지주 회장 교체와 맞물려 CEO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양종희 신임 회장이 조만간 취임함에 따라 연말 인사에서 KB증권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임자였던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후임 회장의 인사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대부분의 계열사 CEO 임기를 올해말까지로 맞춰놓았다. 그 결과 KB금융 계열사 11곳 중에서 올해 말까지 CEO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는 9개에 달한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예상을 뒤엎고 연임 포기를 선택하면서 올해 3월 진옥동 회장 체제가 출범했다. 진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신한투자증권 CEO 인사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받고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장수 CEO가 드문 회사다. 결국 정영채 대표와 장석훈 대표 연임에 최대 난관은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의 경우 한번 선임된 CEO가 장기간 집권하는 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전임자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역시 11번이나 대표를 연임했다. 정일문 대표 역시 무난히 매년 대표를 연임하고 있다.
대신증권 역시 전임자인 나재철 회장이 2012년 대표 취임 후 8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다. 이를 감안하면 오익근 대표의 연임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관련 징계도 변수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정례회의에서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 증권사 CEO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와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는다면 연임이 불가능하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