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헬스케어 기업들 중동 진출 활기
중동 자본력+국내 기업 기술력 시너지 기대↑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신(新)중동 특수가 국내 바이오의약품,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나타나는 모양새다. 정부는 아랍에미레이드(UAE),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과 파트너쉽을 강화하며 국내 기업들의 중동 진출에 마중물이 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중동 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중동은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해 새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과의 기술 협력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역시 중동 국가들과 미래기술 파트너쉽을 강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중동 진출을 돕겠다는 의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4일 아랍에미레이트(UAE)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CEPA는 양국 간 관세 철폐, 서비스 교역 확대를 골자로 한다. 이중 의료기기 분야는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다. 이번 협정에선 세계 최초로 바이오 경제협력에 대한 부분이 담겼다.
또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사우디 왕립과학기술원에서 열린 ‘한·사우디 미래기술 파트너십 포럼’에 참석해 디지털, 청정에너지, 바이오헬스, 우주 등 4대 분야에서 양국의 과학기술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바이오헬스와 관련해 “사우디는 130여개 병원이 연결된 가상병원 프로젝트를 보건의료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의 AI와 바이오헬스 기술이 결합하면 사우디 국민 건강과 보건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처럼 국가적 협력과 지원에 힘입어 국내 제약·바이오, 헬스업계는 파머징 시장인 중동 공략을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삼천당제약, 대웅제약, SK바이오팜, 메디톡스, 루닛, 코어라인소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파머징이란 제약(Phamacy)과 신흥(Emerging)의 합성어다. 선진국 제약시장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고, 임상 개발에 드는 비용이 적어 글로벌 제약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신흥 제약시장’을 뜻한다. 중동 역시 대표적인 파머징 마켓으로 꼽힌다.
삼천당제약은 지난해 2월 사우디, UAE 등 중동 16개국에 5년간 1회용 점안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3월엔 이라크 파트너사와 5개년 독점공급 유통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은 당뇨병 신약 ‘엔블로’에 대한 사우디 품목허가 신청에 나섰다. 메디톡스는 지난 8월 사우디에 히알루론산 필러 ‘뉴라미스’를 출시하며 중동 시장 진출을 가속하겠다고 알렸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로 중동 진출에 나섰다. 지난 8월 회사는 다국적 제약사 히크마와 중동 지역 기술수출 계약 및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히크마를 통해 사우디, UAE, 이집트 등 MENA(중동·아프리카) 지역 16개국에 세노바메이트를 판매할 방침이다.
의료 AI 분야에선 루닛과 코어라인소프트가 중동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달 루닛은 사우디 보건부 산하 ‘SEHA 가상병원(SVH)’과 회사의 AI 솔루션 확대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또 사우디 정부가 헬스케어 분야 디지털 혁신을 위해 추진 중인 ‘헬스케어 샌드박스’에 첫 국내 기업으로 참여한다. 코어라인소프트는 UAE 의료기업인 MHC와 AI 흉부 동시 진단 솔루션 ‘에이뷰 LCS 플러스’ 등 총 9개 제품에 대한 공급계약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중동 진출은 앞으로도 활발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UAE와의 CEPA 체결은 국내 의료기기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의 관세가 철폐되면 타국 제품들보다 가격경쟁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UAE뿐만 아니라 중동국들과의 CEPA 체결을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관세가 철폐되면 기업 입장에선, 가격경쟁력에 매우 절대적인 이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UAE 같은 경우 CEPA 체결 국가가 한국을 포함해 7개국밖에 되지 않고, 선진국 중에선 한국이 처음”이라며 “국내 의료, 헬스케어 기업들의 중동 진출은 앞으로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은 기존에도 중동 병의원 위주로 수출을 많이 해왔다”며 “중동의 자금력과 한국의 기술력이 합해지면 큰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미용, 성형 분야에선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고, 중동 미용 시장이 점점 개방되면서 한국 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중동 병의원들의 디지털헬스케어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과의 헬스케어, 의료 분야에서 기술 협력은 점점 활발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