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회장, 해외출장 이유로 국정감사 불출석
관례 따라 벌금형 약식기소···관련 법률 존재하나 ‘솜방망이 처벌’ 지적
내부통제 부실과 지배구조 문제 등 질의 예정이었으나 불참에 비판
정치권 강경대응 실효 거둘지에 대한 회의론 부상···제도 개선 요구 목소리 커

KB금융지주 여의도 본사 전경 / 사진=KB금융지주
KB금융지주 여의도 본사 전경 / 사진=KB금융지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종합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고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초 윤 회장은 횡령 등 내부 통제 부실 등의 문제와 관련해 출석 대상 증인으로 의결된 바 있다. 향후 대응 방안을 두고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관례에 따라 벌금형 약식기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회에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 존재하긴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여야는 윤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이후에 출장 및 귀국 일정을 바꾼 정황이 있어 '출석 회피성' 출장이 의심된다며 다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발 여부를 의결하기로 했다.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윤 회장을 국회법에 따라 고발하기로 여야 간사 간에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금융권 내부통제 이슈 등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 윤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윤 회장은 국정감사 기간에 해외 투자설명회(IR) 일정이 있다고 사유서를 제출하고 국감에 불출석했다. IMF 연차총회 참석을 시작으로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지역 주요 주주 및 전략적 제휴기관 총 17곳을 대상으로 해외 IR활동 중이라는 이유다.

이를 두고 정무위원회는 윤 회장이 의도적으로 증인 출석을 회피한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윤 회장이 증인 채택 후 일정을 변경했다고 지적한 뒤 "이는 명백히 고의적인 국감 회피용 해외 체류"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윤 회장은) 국감 증인 출석을 회피하기 위해 국민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국회를 기만했다"며 "불출석 사유서의 내용과 달리 윤 증인의 최초 해외 일정은 10월9일에서 18일까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정무위에서 증인으로 채택한 다음날인 18일 증인은 해외 일정을 27일까지로 다시 비행기 티켓을 바꿨다"며 "서울이 아닌 도쿄행 항공티켓이 애매됐다"고 지적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앞선 국감에 불출석했다가 지적을 받은) 떡참 이기영 증인의 경우는 출장 일정을 변경해서 오늘 들어온다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윤 증인 같은 경우 출장 일정을 변경해서 안 들어온다는 거 아니냐. 이대로 둬야 하냐"고 질타했다.

국정감사의 증인 채택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이 적용된다. 이 법에 따르면 국정감사에 채택된 증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는 것이 금지된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국정조사나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증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동법 제15조는 증인이 불출석했을 경우 국회가 고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무위원들은 윤 회장에게 내부통제 부실과 지나친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 수익, 지배구조 문제 등에 대해 질의할 계획이었다. 앞서 KB국민은행에서는 직원들이 업무상 알게 된 고객사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원 규모의 주식 매매 차익을 챙긴 일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은행 이자 장사와 임직원의 과도한 보수체계 등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금융당국에 반박하는 보고서를 냈다가 삭제했다. 보고서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시각이 감지되면서 KB금융지주와 금융당국의 관계가 불편해질 것이 관측이 나왔다. 특히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동문이었던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이 유력하다는 시장의 관측과 달리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선임됐다는 점과 맞물려 금융당국을 향한 반기로 읽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국회가 윤 회장에 대해 고발을 해도 벌금형 약식기소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강경대응이 실효를 거둘지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가운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상임위원회 의결을 통해 동행명령권을 발부할 수도 있으나 강제성은 없다.

이에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요 주주들의 지속적인 요청 및 사전 일정에 따라 IR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 임기는 다음달 20일까지로 현재 1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