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 1년 만기 금리 앞질러
금리 인상 전망 확대에 단기 자금 예치 수요↑
만기 분산으로 예치금 상환 부담 줄이는 효과도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최근 은행권이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 예금 유치 경쟁에 힘을 쏟고 있다. 통상적으로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게 책정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1년 만기보다 6개월 만기 예금에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등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가 1년 만기 금리보다 높거나 같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KB국민은행에서 판매하는 ‘KB 스타 정기예금’ 상품의 6개월 만기 기준 최고금리는 연 4.08%로 1년 만기 최고금리(연 4.05%)보다 0.03%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지난달 말에는 해당 상품의 1년 만기 금리가 6개월 만기 금리보다 0.1%포인트 높았지만 이달 들어 역전됐다.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 II’ 상품도 6개월 만기 기준 최고금리가 연 4.05%로 1년 만기(3.95%) 최고금리보다 0.1%포인트 높았다.
6개월 만기와 12개월 만기 간 금리가 동일한 상품도 등장했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6개월 만기와 12개월 만기에 모두 4.05% 금리를 적용하고 있으며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도 6개월과 12개월 만기에 4.0%로 같은 금리를 제공한다.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도 6개월 만기와 1년 만기의 최고금리가 4.05%로 같은 수준을 타냈다.
케이뱅크는 지난 16일 ‘코드K 정기예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인상했다. 다만 1년 미만의 단기 예금에 대해서만 금리를 상향했다. 1개월 만기 금리는 3.2%로 이전보다 0.2%포인트 올랐으며, 3개월 만기는 3.8%로 0.3%포인트, 6개월 만기는 4.0%로 0.1%포인트 상승했다. 그 결과 6개월 만기와 1년 만기 기본금리가 4.0%로 같아졌다.
은행권에서 6개월 이하 단기 예금상품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고금리 장기화로 향후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자금을 단기로 예치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물가 하락세가 둔화되면서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금리 인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의 상품을 찾아 나서는 ‘금리노마드족’을 중심으로 자금을 1년 이상 묶어두기보다는 6개월 이하 단기 예치에 대한 선호가 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예금의 만기 분산을 위해 보통 1년 이상 운용하는 정기예금 상품의 만기를 짧게 가져갈 필요성이 커졌다. 지난해 말 시중은행들의 고금리 수신 경쟁이 격화되면서 당시 유치했던 예금의 만기가 올해 연말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특정 기간에 예금 상품의 만기가 몰리면 은행의 예치금 상환 부담이 커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향후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확대되면서 자금을 단기로 운용하려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에는 지금의 낮은 금리로 자금을 1년 이상 묶어두는 것이 손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 입장에서는 연말에 몰린 만기를 분산하는 차원에서도 단기 예금의 금리를 올리는 등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