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으로 매출채권 회수나 PF에 제동걸릴 가능성↑
자구책으로 판촉비 확대하는 사례 늘어날 듯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수개월째 연이은 흥행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비 아파트 상품과 지방 분양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미분양 물량이 절정이던 2012년 전후의 할인 분양 마케팅이 서울 강남권 분양시장에도 재등장해 눈길을 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분양 중인 A 하이엔드 오피스텔은 분양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할인 분양 마케팅을 도입했다. 10대 건설사 중 한 곳이 시공 중인 이 사업장은 지난해 최초 분양을 시작했지만 주택시장 침체와 금리폭등 등의 이유로 분양물량 소진에 실패했고 시행사는 잠시 분양을 쉬다가 재오픈하게 됐다.
최근 분양업무를 재개하면서 더 획기적인 판촉 행사도 도입했다. 계약시 전용 84㎡ 타입을 기준으로 1억3500만원 가량의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해당 상품 분양 관계자는 “분양가 20억원 중 계약금이 2억원인데 이 가운데 60%가 넘는 금액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기존 수분양자에게는 없던 혜택인 중도금 1,2회차에 대한 이자후불제도 적용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업무지구 인근의 오피스텔에서도 판촉행사는 진행되고 있다. 한 사업장에서는 축하금 최대 5000만원을 지급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아파트 분양사업장에서조차 판촉행사가 이뤄지고 있다. 광주 첨단지구의 한 아파트 분양사업장에서는 아파트 계약자가 입주시점 이전에 출산을 할 경우 출산장려금을 제공한다.
이처럼 시행주체가 현금지급 등 파격적인 마케팅을 도입하는 이유는 미분양이 날 경우 사업비용 융통하기가 어렵고, 장기간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으면 악성 미분양 사업장으로 낙인찍혀 분양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이 늘어나면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하고 발생한 매출채권을 제대로 회수하기 어렵고, 미래 수익성을 담보로 사업을 진행하는 PF사업에도 제동이 걸린다”라며 “주택시장 전망이 밝지 않을 땐 장기간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는 것보단 마케팅 비용을 늘려서라도 빨리 터는 게 낫다는 판단하에 마케팅을 도입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판촉 마케팅은 현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혜택일 수 있지만 기존 계약자에 대한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시행사들이 부도를 막기 위한 자구노력으로 할인분양에 나서는 것임에도 혜택을 받지 못한 선분양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전체 미분양 물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주택시장의 양극화 심화로 판촉행사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국의 미분양 주택 6만1000여 가구로 올해 1월(7만5300가구)보다 18% 가까이 줄었다”면서도 “양극화 심화로 잘되는 곳만 잘된다. 공급이 많았거나 미분양 우려가 큰 사업장에서는 사업비 조달을 위한 판촉 마케팅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