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1b나노 중심으로 설비투자 확대

SK하이닉스의 이천 캠퍼스 전경 /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이천 캠퍼스 전경 / 사진=SK하이닉스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SK하이닉스가 내년 메모리 업황 회복에 따라 설비투자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투자 증가를 최소화하고, 공정 전환 등을 통해 효율적인 설비 운영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투자 규모가 생산 감산을 시행하기 전인 작년 말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6일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제한된 투자 범위에서 제품별 우선순위에 따라 캐팩스(설비투자, CAPEX)를 조정하고 집행 중인데, 내년 기술경쟁력을 유지하고 수요 증가에 충분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올해와 같은 투자와 생산 규모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선단 공정에 대한 HBM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인프라 투자 등으로 캐팩스 규모는 올해 대비 확실히 증가하겠지만, 우선순위를 고려해 증가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 증가 및 가동률 회복은 시장 상황에 맞춰 점진적으로 증가하겠지만, 업계 전체적으로 감산 이전 최대인 2022년 4분기 캐팩스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설비투자 규모는 19조원 수준으로, 올해는 회사 감산 기조에 따라 50% 이상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투자는 올해 대비 증가하겠지만, 투자효율성과 재무 건전성을 고려해 증가분을 최소화하겠단 방침이다.

회사는 내년 캐팩스 투자와 관련해 HBM 생산능력 확대와 D램 1b 나노미터(nm) 전환 등을 우선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CFO는 “올해 AI향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는 부분에서 캐팩스가 증가했고, 그 외 부분에서 투자는 줄여서 전사 캐팩스는 당초 계획대로 전년 대비 50% 축소해 운영 중”이라며, “내년 D램은 수요 성장을 주도할 DDR5, HBM3E 등 고부가 제품의 확대를 위해 선단 공정 전환에 힘쓸 예정이고, 내년말까지 1a, 1b나노 생산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제품인 HBM3E 시장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회사는 HBM3에 이어 HBM3E도 내년 초 엔비디아에 공급 준비중이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은 “HBM3뿐만 아니라 3E를 포함해 내년도 케파가 현시점 솔드 아웃 됐다고 말할 수 있다. 고객 추가 수요문의도 들어오고 있어 수요 기반 관점에서 보면 확실한 경쟁력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고객이나 시장 관계자들에게 들어보면 당사의 HBM3E 캐파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중기적으로 당사는 다양한 AI 플레이어들과 잠재 고객을 포함해 영역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D램 대비 AI향 수요 영향이 적고 재고 수준이 여전히 높은 낸드플래시는 보수적인 생산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올 4분기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공급 증가량)를 전분기 대비 10%가량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낸드는 10%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찬동 SK하이닉스 낸드 마케팅담당은 “그간 업계는 높은 비트그로스를 통해 낸드의 원가 절감을 이어왔지만, 적층 수 증가로 인한 투자 부담이 빠르게 커지면서 원가절감 속도가 둔화됐다”라며, “향후 장기적으로 변화된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개발과 생산 투자전략 수립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솔리다임의 경우 인수 이후 낮은 메모리 수요 환경을 겪어오면서 감산과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본사와의 중복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라며, “앞으로는 시황 개선과 맞물려 솔리다임의 강점인 다양한 고객 기반과 펌웨어 기술력을 본사 역량과 합쳐 eSSD(기업용 SSD) 로드맵 최적화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