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모레인캡슐’ 허가, 곧 비급여 출시···기억력 개선제 품목 적고 시장 작은 상황
기넥신·타나민과 일부 적응증 겹쳐, 시장규모 613억원대···뇌기능 개선제 퇴출과도 맞물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동국제약이 새로운 먹거리로 기억력 개선제를 시장에 내놓을 전망이다. 기억력 개선제를 표방한 의약품이 적은 상황에서 동국제약이 관련 시장을 확대하고 매출을 올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SK케미칼과 유유제약이 점유한 은행잎 추출물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국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메모레인캡슐’ 품목허가를 받았다. 메모레인캡슐은 ‘은행엽건조엑스’와 ‘인삼40%에탄올건조엑스’ 성분을 합친 복합제다. 집중력 및 주의력 저하, 기억력 감퇴와 말초 동맥순환장애로 인한 현기증 개선 등이 적응증이다. 즉 기억력 개선제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지난 2020년부터 연구를 진행한 메모레인캡슐은 비급여로 출시할 예정이다. 동국제약은 출시 시점에 대한 확인을 유보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기억력 개선제를 표방하며 출시한 의약품이 적은 편이다. 관련 시장도 작다. 정확한 개념도 알려진 내용이 적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뇌기능 개선제와 기억력 개선제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치매에 처방하는 등 뇌기능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치료제 개념이 뇌기능 개선제인 반면 기억력 개선에 초점을 맞춘 의약품을 기억력 개선제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동국제약은 경영진의 효율적 투자와 전문 PM 활용 등으로 일반약 시장을 창출하고 고매출 품목을 배출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 사례로는 정맥순환개선제 ‘센시아’와 치질 치료제 ‘치센’이 꼽힌다. 하지만 향후 동국제약이 기억력 개선제 시장을 확대하고 매출을 올리는 작업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구체적으로 환자들 인지도를 높여 의약품 구매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동국제약이 그동안 일반약을 판매한 경험이 축적돼있긴 하지만 기억력 개선제를 설명하고 구매로 연결시키려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직거래 약국 약사들부터 제품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국제약 관계자도 “질환 및 증상관리 중요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과 제품 특장에 대해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관련 품목도 적고 시장규모가 작은 상황에서 제약업계는 은행잎 추출물 시장이 기억력 개선제가 진입 가능한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은행잎 추출물 시장 주력품목으로 지난 2021년 3월 출시된 240mg의 SK케미칼 ‘기넥신’ 제품은 기억력 감퇴 개선, 집중력 저하 개선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당초 기넥신은 혈액순환 개선제로 알려졌던 품목이다. 기넥신은 지난 2021년 220억원에 이어 2022년 243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의 경우 281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기넥신이 1위를 점유한 은행잎 추출물 시장은 2021년 567억원에 이어 2022년 613억원을 기록하며 6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680억원대 판매를 추산한다.
은행잎 추출물 시장에서는 유유제약 ‘타나민’을 빼놓을 수 없다. 타나민도 지난 4월 240㎎ 함량 제제를 허가 받는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타나민의 지난해 매출은 101억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타나민은 유유제약 매출에서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품목”이라며 “올 들어 유유제약이 관련 학회 등을 통해 타나민 영업과 마케팅에 주력해왔다”고 전했다.
은행잎 추출물 시장은 뇌기능 개선제 시장과도 연결돼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뇌기능 개선제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이 퇴출된 데 이어 올 초 7년에 걸쳐 진행한 임상 결과를 내놓은 뇌기능 개선제 ‘옥시라세탐’ 성분도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에 향후 시장 축소 가능성이 있는 뇌기능 개선제 대체제로 은행잎 추출물도 거론된다. 단,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퇴출에도 불구하고 뇌기능 개선제 시장은 2021년 5833억원에 이어 2022년 6097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는 6250억원대 규모가 추산된다.
결국 기억력 개선제를 조만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국제약이 기존 규모가 작은 시장을 확대하거나 은행잎 추출물 시장에 진입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일부 적응증이 겹치는 은행잎 추출물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처방은 유지되지만 퇴출이 이어지는 뇌기능 개선제 시장과 맞물려 향후 관련 시장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의약품 적응증이 하나인 경우도 있지만 복수 사례도 적지 않아 관련 시장 경계를 명확히 규정하기 힘들 때가 많다”며 “동국제약이 출시하는 일반약을 고매출 품목으로 만든 사례가 많기 때문에 메모레인캡슐이 어떤 결과를 얻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