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이오엔테크, 암백신 임상 결과 공개
"시험대상자 95%, 암 종양 크기 성장 멈춰"
모너나, 흑백종 적응증으로 암백신 3상 진행
애스톤사이언스 위암, 유방암 등 다국가 2상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글로벌 빅파마들이 암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암백신 시장 전망이 매우 밝은 데다, 암 정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면서다. 국내에서도 암백신 개발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암백신 상용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암백신 임상에서 명확한 암 치료 효과가 전해지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암백신 연구개발은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와 비교하면 대부분 초기 임상에 머물러 있지만, 상용화에 성공하면 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최근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암백신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 소개했다. 1상과 2상 결합한 임상 결과 시험대상자 중 95%는 투여 이후 암 종양의 크기가 성장을 멈췄다. 모더나와 미국 머크(MSD)가 공동 개발 중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 암백신은 흑색종 환자 대상으로 3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임상 2상에서 암재발 위험을 44% 낮춘 결과를 냈다.

d
국내 치료용 암백신 개발 현황과 글로벌 암백신 시장 규모./ 표=정승아 디자이너

암백신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예방용 백신과 치료용 백신이다.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자궁경부암 백신, B형 간염(HBV) 백신은 예방용 암백신이다. 최근 들어서는 암이 발생한 환자 대상으로 치료 목적의 치료용 암백신이 부각되고 있다. 치료용 암백신은 암세포가 지니는 암 특이항원(TSA)을 암환자에게 투여해 면역시스템을 활성화시켜 생체 내 면역기능을 강화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애스톤사이언스, 제넥신, 셀리드, 한미약품 등이 암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암 백신 시장은 2023년 90억달러(약 12조원)에서 2033년 242억2000만달러(약 3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암백신 개발 선두주자로 꼽히는 기업은 애스톤사이언스다. 애스톤사이언스는 치료용 암백신에 대한 다국가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유방암 및 위암을 타깃으로 하는 ‘AST-301’과 난소암 대상의 ‘AST-201’이다. 이중 AST-301은 HER-2 항원을 코딩한 DNA 기반 암 치료 백신이다. AST-301의 다국가 2상은 적응증을 유방암과 위암으로 나누어 각각 진행되고 있다. 회사는 지난 AST-301 임상 1상에서 약 10년 이상의 장기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난소암을 적응증으로 한 AST-201는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2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애스톤사이언스는 지속적인 임상시험 및 연구개발을 위해 자금 확보 차원에서 기술이전도 논의 중이다.

애스톤사이언스 관계자는 “AST-301의 경우 위암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은 대만, 유방암 대상의 임상은 미국에서 진행 중”이라며 “AST-301과 AST-201 모두 플라스미드 DNA 기반 치료용 암백신”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임상 3상까지 끌고 가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2상 단계에서 글로벌 기술이전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제넥신은 플라스미드 DNA 기반 자궁경부암 치료용 백신 ‘GX-188E’를 개발 중이다. 현재 임상 2상 마무리 단계에 있다. GX-188E는 DNA 기반 치료백신으로 자궁경부암 발병의 주요 원인인 HPV 16형과 18형에서 생성되는 암 유발 단백질인 E6/E7에 대해 항원 특이적 T세포 면역반응을 유도해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셀리드는 총 6종의 치료용 암백신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자궁경부암을 적응증으로 한 ‘BVAC-C’과 두경부암 타깃의 ‘BVAC-E6E7’이 핵심 파이프라인이다. BVAC-C는 임상 2a상 완료, BVAC-E6E7은 전임상 단계다. 셀리드 관계자는 “BVAC-E6E7은 연내 식약처에 국내 임상 1·2a상 IND 신청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한미약품은 mRNA를 기반의 암백신 파이프라인 ‘HM99462’을 전임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다. HM99462는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중 치명적인 KRAS1 변이를 타깃하는 항암 신약 후보물질이다. KRAS는 세포 성장과 분화, 증식 및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다양한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폐암과 대장암, 췌장암 등을 유발한다. 한미약품은 올 상반기 HM99462 동물실험을 통해 “KRAS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 마우스 모델에서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암백신은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인 만큼 글로벌 선두주자가 없는 신약 분야다. 특히 치료용 암백신은 미개척 분야인 만큼 기업들은 개발 과정에서 여러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국내 시장은 더 좁다 보니 암백신 개발 위한 국가 차원에서의 금전적, 제도적 지원이 미흡하다. 국내 기업이 미국 등 해외 임상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암백신 임상을 진행하는 기업이 많지 않고, 시장도 작다 보니 해외 임상이 기술이전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타깃하는 암종에 따라서도 다국가 임상이 유리할 수 있다 ”며 “예컨대 위암의 경우엔 서양인보다 동양인 발병률이 높아 아시아권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환자 모집을 빨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