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 하면 금융투자사 횡령사태 불거져
내부통제 강화해도 원천 봉쇄 쉽지 않아
범죄 동기 없앨 사후 처벌 강화 박자 맞춰야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그야말로 ‘횡령공화국’이다. 잊을 만 하면 횡령 사태가 벌어진다. 오죽했으면 횡령액수에 순위를 매기는 리그테이블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내부통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금전 유출입을 시스템으로 철저히 관리하는 금융투자사는 횡령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 IB(투자은행) 부서가 자금을 집행하기 위해선 팀장이나 부서장뿐만 아니라 재무관리나 자금기획 부서의 승인이 필요하다. 채권이나 주식 운용의 경우 원천적으로 고객의 자금을 이체하지 못하도록 막아놨다.

그런데도 횡령은 가능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이 역시 사람을 거치는 만큼 ‘마음만 먹으면’ 횡령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사 업무를 하다 보면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등에 용역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계약서를 작성할 때 금액을 부풀려 위조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내부통제 시스템만으론 사전적으로 이 같은 사건을 걸러내기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사가 내부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한편에선 직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내 교육 강화가 필요하지만 이 역시도 횡령 사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묘약은 아니다.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같은 시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짚는다. 금융사 내에서 조직적, 장기간 반복적 또는 광범위한 문제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적 실패’에 대해서는 CEO(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상당한 주의를 다해 내부통제 관리 조치를 한 경우 책임 경감 또는 면제해주기는 하지만, ‘시스템적 실패’와 ‘상당한 주의’ 여부를 가를 각각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결과적으로 사후적인 처벌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겠다. 횡령사태가 터져 나오면 ‘몇 년만 감옥에 살다 나오면 평생을 떵떵거리고 살겠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댓글창을 뒤덮는다. 사후 처벌이 약하다는 대중의 지적이다. 횡령 자체를 시도하지 못할 정도의 양형과 판결이 내부통제 시스템과 박자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무상 횡령죄의 경우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그러나 횡령죄는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환수액이 있을 경우 실제 무기징역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양형기준도 횡령액 300억원 이상이 최대로 기본 5~8년(가중 시 7~11년)으로 세워져 있다.

때마침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검찰과 협의해 일정 금액 이상의 불법 금융사고를 저질렀을 경우 사회에서 차단할 수 있게 양형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유행처럼 번진 횡령사태를 끊기 위해선 금융투자사의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노력과 함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양형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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