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전업 카드사 리볼빙 이월잔액 7.5조원 육박
9월 증가폭 1241억원···올해 들어 최대
고물가 장기화 및 카드론 DSR 규제 여파로 리볼빙 수요 지속

7개 전업 카드사 리볼빙 이월잔액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7개 전업 카드사 리볼빙 이월잔액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결제성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 이월잔액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카드사들의 리볼빙 수수료율이 전반적으로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급전 수요가 이어지면서 이월잔액 증가 폭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7조4922억원으로 전월(7조3680억원) 대비 1242억원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6조9378억원)과 비교하면 8.0%(5544억원) 증가한 규모다.

리볼빙 서비스는 카드 소비자가 연체를 방지할 때 이용하는 서비스로 일정 비율의 카드 대금을 내면 나머지 잔액은 연체 없이 이월돼 나중에 갚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연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월된 금액에 대해 카드론보다 높은 평균 16%대의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연체를 피하려다 오히려 이자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9월 한 달간 증가액 역시 올해 들어 최대치를 나타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한 달 새 리볼빙 이월잔액 증가액은 297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증가폭이 점점 확대되면서 7월 한 달 동안 384억원, 8월에는 682억원 늘었다. 그러다 9월 들어 증가액이 2배 가까이 확대되면서 1200억원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리볼빙 이월잔액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드사들의 결제성 리볼빙 금리는 최근 다시 오르는 추세다. 지난 9월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의 리볼빙 평균 금리는 16.58%로 전월(16.53%)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롯데카드의 경우 리볼빙 평균 금리가 17.88%로 18%에 육박하는 등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카드업계의 리볼빙 평균 금리는 지난 6월(16.52%) 이후 점차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리볼빙 금리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음에도 이월잔액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이유는 고물가 여파가 지속되면서 가계 사정이 어려워진 카드 소비자들의 자금 수요가 리볼빙 서비스로 몰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되면서 카드론 이용이 어려워진 금융소비자들이 대출 총량 규제에 포함되지 않는 리볼빙 서비스로 몰린 점도 이월잔액 증가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자 결제액을 다음 달로 이월하는 리볼빙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카드론에 대한 수요도 있지만 DSR 규제가 적용되다 보니 카드론 대신 현금서비스나 리볼빙 서비스를 통해 자금 수요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리볼빙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월잔액 잔액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리볼빙 서비스는 주로 저소득층이나 저신용자 등 취약차주의 이용 비중이 높은 만큼 이월잔액 증가세가 확대될 경우 카드사들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서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리볼빙 잔액 증가가 카드사들의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연체 증가로 인한 대손 발생 등 카드사의 위험관리 비용이 증가하면서 결론적으로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주로 대출 상환 능력이 약화된 차주들이 급전 마련을 위해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월잔액이 많이 늘어난다는 것은 카드사의 건전성에 적신호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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