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회장 6개월 경영 공백에도 실적 개선···증권업계, 올해 한국타이어 1조원 육박 전망
전기차 및 고인치용 타이어 등 고수익 판매 확대···“타이어 산업, 오너 리스크 영향 상대적으로 적어”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조현범 회장 구속에 따른 오너 공백에도 역대급 실적을 예고했다.
조현범 회장이 6개월 이상 자리를 비워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전기차 타이어와 고인치 타이어(18인치 이상) 등 고수익 제품 판매가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올 3분기 영업이익 2605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작년대비 약 35%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9454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타이어가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것은 7년 전인 2016년이 마지막이다.
당초 올해 한국타이어는 연초부터 대전공장 화재와 조 회장 경영 공백으로 인한 악재로 실적 악화가 점쳐졌으나, 실제로는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200억원대 횡령·배임 및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구속 기소돼 7개월 가까이 경영에 참여하지 못했다. 최근 법원이 조 회장 구속 기간을 6개월 추가 연장하면서 사실상 올해 내내 회장 공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빠졌는데도 오히려 회사 실적이 개선된 것은 전기차 시대 전환 및 고수익 제품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덩달아 전기차용 타이어 판매도 증가하는 추세다. 에너지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세계 전기차(PHEV 포함)판매량은 전년대비 41.3% 증가한 870만3000대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을 선보이며 북미, 유럽, 한국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무게 때문에 내연기관 대비 차체가 무겁고, 순간 출력이 높아 타이어 내구성이 우수해야 한다. 여기에 엔진 소음이 없어 상대적으로 노면 소음이 크게 들리기 때문에 정숙성도 신경써야 한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일반적으로 전기차용 타이어는 기존 타이어보다 높은 수준의 내구성·마모도·소음억제력 등을 요구하며, 그만큼 가격대도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21년 전기차용 타이어 비중이 5% 수준에 그쳤으나 지난해엔 11%, 올해에는 2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용 타이어와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인치 타이어 확대도 한국타이어 실적 개선에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지난 2분기 한국타이어 고인치 타이어 매출 비중은 43.6%로 전년대비 4.5%포인트 상승했다. 고인치 타이어 판매는 지난 2021년 38%에서 2022년 41%로 올랐고, 올해는 45%를 목표로 세웠다.
아울러 코로나19 기간 동안 치솟았던 원자재 및 운송비용이 최근 정상화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초 천연고무 가격은 톤당 1772달러(한화 약 239만원)에서 지난 2분기에는 1345달러(약 181만원)으로 24% 하락했다.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의 경우 지난해 1월 5109.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지난 20일 기준 917.66으로 떨어지며 5분의 1 수준으로 내려갔다.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의 경우 오너 경영 능력보다는 자동차 산업 환경 등 외부 요소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이라면서 “또한 교체용 타이어 시장이 크긴 하지만 소비자 대부분이 신차를 살 때 탑재된 타이어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B2B 성향이 강하며, 이에 오너 리스크에 따른 판매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