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3분기 영업익 큰 폭 감소, 점유율은 글로벌 선두
현대차·기아, 신흥국 동시 공략 “점유율 확보로 국면 돌파”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전기차 세계 1위 테슬라가 이윤 축소를 감수하고 시장 점유율 제고에 힘쓰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기아도 같은 전략으로 입지 강화를 노리고 있다.
◇테슬라, 3분기 영업익 반토막···점유율 1위는 수성
20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operation income)은 전년 동기(36억8800만달러, 약 5조원)대비 52.2% 감소한 17억6400만달러(약2조3900억원)를 기록했다.
다만 같은 기간 테슬라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영업이익률)은 17.2%에서 9.6%포인트나 감소한 7.6%에 그쳤다. 100만원 벌어 지난해 17만2000원을 남긴 반면, 올해는 7만6000원 남긴데 그친 셈이다.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두 분기 연속 한 자리수에 머물렀다.
테슬라는 전기차 사업의 영업이익 감소 원인으로 가격 인하와 이로 인한 수익성 하락을 꼽았다. 테슬라는 올해 초 대비 지난달 모델별 가격을 모델S 3만8000달러, 모델Y 4만7853달러, 모델3 4만3935달러씩 인하하며 전기차 가격 경쟁을 더욱 격화시켰다.
테슬라가 지난 분기를 비롯해 올해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크게 잃었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최상위권에 머무는데 성공했다. 친환경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EV(INSIDEEVs)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1~8월 세계에서 전기차(BEV) 117만7908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20.6%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중국 비야디(BYD) 15.7%, 폭스바겐 7.8%, 중국 상하이기차(SAIC) 7.5%, 중국 광저우자동차그룹(GAC) 5.6%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세계 시장에서 지속되는 전기차의 가격 인상 흐름과 수요 둔화에 대응해, 테슬라가 우월적인 시장 지위를 공고히 다져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현재 모든 제조사들이 전기차 실적을 내기 더욱 어려워진 한편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에서, 수익성보다는 점유율 제고를 통한 입지 강화에 전략의 방점을 뒀다.
영국 투자사 AJ벨의 러스 몰드 이사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수익성 보호보다 회사의 경쟁적 지위가 우선시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 5위권 밀려나, 신흥시장서 주도권 선점 노려
현대차그룹도 글로벌 선두 업체인 테슬라가 추구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전기차 시장 점유율 향상에 분투하고 있다. 지난 1~8월 기간 현대차그룹은 테슬라, 폭스바겐, 중국 제조사 등에 밀려 5위권에서 벗어났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중국 판매 부진, 업체간 경쟁 격화 등 변수에 발목 잡혔다.
현대차그룹이 시장 점유율 확산을 위해 중점을 두고 있는 전략 중 하나가 신시장 공략이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 포함 342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 ‘블루오션’인 아세안 시장에서 전기차 시장 입지 강화를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아세안 공략 교두보로 삼은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생산시설과 충전 인프라 등을 설치하며 성장 기반을 닦고 있다. 테슬라나 폭스바겐 같은 서구 브랜드가 터를 닦지 못한 해당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인도에 전기차 전용 생산공정을 가동하고, 2030년 300만대 넘는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중동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라인업과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며 전기차 수요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 이후 고전하고 있는 중국의 전기차 시장에서 칼을 갈고 있다. 향후 아이오닉, EV 시리즈의 기존 모델뿐 아니라 EV5, EV9 같은 차급별 전기차를 출시해 현지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기아는 더 나아가 중형·대형 EV의 현지 생산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중국 등 일부 지역에 한정해 세력을 넓혀온 테슬라와 비교해, 이미 내연기관차로 공략해온 신흥시장에서 구축한 입지를 전기차 분야로 넓혀 점유율 확대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에서 수익성보다는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데에 무게를 둬야 한다”며 “경쟁이 격화한 전기차 시장의 비정상적인 시점을 정면 돌파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