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충원 ‘보여주기식’ 아닌 ‘어디에 어떻게’ 할지가 중요
미용병원만 늘리지 않고 필수의료 지원 많이 하게 할 방안 뒷받침돼야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윤석열 정부에서 들고 나온 의대 정원 확대안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사회 대비하려면 인력확충 및 인재양성은 필수”라고 강조했는데요. 의대정원만 늘린다고 지역의료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건 지방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이야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주는 이슈인 의료인력 확충과 지방의료 인프라와 관련,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지 쟁점별로 정리해봤습니다.

①지역 환자들, 이미 KTX 타고 서울 빅5 병원 다녀

흔히 이야기하는 ‘의료 질 저하’ 등의 문제를 떠나 일단 관련 논의가 의사든 환자든 이동의 자유가 있고, 이것을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을 배제한 채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미 지방에 살고 있어도 꼭 서울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환자들은 다 서울에 와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지방에 사는데 서울 빅5 병원에 와서 진료받은 환자가 71만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는 빅5 기준이고 범위를 다른 종합병원, 개인병원 등으로 넓히면 그 수는 훨씬 더 늘어나겠죠?

또 지방에서 의대를 나온다고 지방에 남는 의사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서울에서 의대를 나와도 과밀 경쟁을 피해 지방에서 개원을 하는 경우도 있죠. 이동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 막을 수도 없고 막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사안입니다. 그렇다고 병원을 사회주의식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말이 안되고요. 따라서 지방에 의대를 만들고 말고 하는 문제는 그냥 지방공항처럼 선거용 정치적 구호에 가까울 수 있고, 실질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별 도움이 안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②의사가 적어 소아과 없다? 미용병원 등엔 넘쳐나

요즘 소아과에 가려면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라고 하는데요. 의대를 늘리면 소아과가 늘어날까요?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전공의로서 지원을 아예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그래도 아이들에 동정을 느껴 소아과에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최근 초등학교 선생님 갑질 사례 등에서 보듯 일명 ‘진상 부모’들이 생기고 불필요한 송사에 휘말리는 길로 굳이 갈 필요가 없어 지원 자체를 안 한다고 합니다. 흉부외과 등 주요 수술을 하는 과는 지방이 아니라 서울도 의사가 없는데요. 또 병원에서 돈이 안 되니 사람을 못 늘리고 기본적으로 자기생활을 포기하고 사명감으로 살아야 하며 그러다가 또 송사에 휘말리니 지원 자체를 안 한다고 합니다.

반면 돈 잘 버는 미용병원은 넘쳐나게 됐죠. 요즘엔 아예 처음부터 전문의를 굳이 안 따고 미용병원부터 차려 돈을 버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의대를 늘리면 소아과가 늘어날 것이란 건 다소 희망적인 생각 같습니다. ‘의사가 늘면 어쩔 수 없이 소아과 차리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하는데 이 나라 아이들을 ‘어쩔 수 없이 차린’ 의사한테 진료를 보게 하겠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소리죠.

③의사협회는 ‘파업’보다 ‘설명’을, 정부는 ‘정치적 꼼수’들 배제를

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 파업 카드를 거론했는데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유가 뭐든 그렇게 되면 환자불편을 볼모로 파업했던 다른 파업들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을 받을 테니까요. 파업보단 의료계 현실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대안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정부나 국민들에게 좀 설명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정부도 해당 정책을 시행하면서 실제 의료현장의 이야기를 참고하되, 이틈에 정치적 꼼수를 얹으려는 목소리나 시도는 철저히 배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나마 다른 국가 국민들이 부러워하던 의료시스템을 망쳐 놓은 정권으로 기억되게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 거주하는 한 유튜버가 한국에 왔을 때 증상이 있어 병원을 가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국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가서 기다리지도 않고 값싸게 하는 검사인데, 미국에선 보험이 있어도 기약없이 기다려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장점도 있지만 이국종 교수 사례와 같은 심각한 문제점도 안고 있는 것이 한국의 복잡한 의료상황 입니다.

윤석열 정부도 기왕 칼을 뺐으니 감정적, 보여주기 식이 아닌 실질적, 합리적 방안이 뭔지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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